이·팔 충돌로 정권 연장 노리다 실권 위기 처한 네타냐후

입력 2021-05-31 17:18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의회에 출석해 연설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좌·우파와 중도 성향 정당 등 반네타냐후 진영이 '거국 연정'에 합의함에 따라 12년 연속 유지한 총리직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71)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 등 정치적 혼란을 이용해 정치 생명 연장의 꿈을 키웠지만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때 자신의 심복이었던 나프탈리 베네트(49)가 반네타냐후 진영으로 완전히 돌아선 탓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30일(현지시간) 극우 정당 야미나의 베네트 대표가 야이르 라피드(57)가 주도하는 예시 아티드 중심의 반네타냐후 진영과의 연정 구성 작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베네트 대표는 연설을 통해 “라피드와 함께 국민 통합 정부를 구성해 추락한 나라를 구하고 이스라엘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반 동안 선거를 거듭하면서 나라의 기능을 잃었는데도 지도부는 증오와 분열만 부추겼다”며 “2000년 전에도 우리는 내부의 혐오로 유대 민족 국가를 잃었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한 이후 이달 초 연정 구성 권한을 넘겨 받은 라피드 대표는 ‘네타냐후 장기 집권 종식’을 외치며 정당들의 연정 참여를 설득했다. 이에 중도 성향의 청백당, 좌파 성향의 노동당, 아랍계 정당연합인 조인트 리스트 등 7개 정당이 호응해 120석 중 57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라피드 대표는 과반 확보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과거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이었던 베네트 대표에게 순번제 총리제와 총리직 우선권, 상당한 내각 지분을 제시했고 협상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공습을 강행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극우 성향의 야미나가 아랍계 정당과 함께하는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해 연정 구성 협상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6월 2일까지인 연정 구성 시한 전에 결론을 내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이번에도 연정 구성이 좌절되면 5번째 총선을 실시하게 되고, 여전히 예상 의석수에서 앞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다시 연정 구성을 권한을 가져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에게 때 이른 휴전이 변수가 됐다.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이뤄진 휴전이 꺼져가던 연정 협상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3일 전에도 야미나와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히는 등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베네트 대표는 반네타냐후 진영을 선택했다. 이날도 네타냐후 총리는 베네트 대표와 뉴 호프의 기데온 사르 대표에게 순번제 우선 총리직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만약 6월 2일 반네타냐후 진영의 연정이 결성되면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부터 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임기를 가진 데 이어 2009년 3월 31일부터 현재까지 총리직을 맡고 있다. 그가 집권한 기간은 15년을 훌쩍 넘긴 상태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