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딥러닝으로 생태계 변화 예측”… 서울대 기후·환경 AI센터 출범

입력 2021-05-31 16:54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딥러닝(빅데이터에서 패턴을 발견하는 인공지능 기술) 방식을 적용해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는 실험에 나섰다. 꽃이 피고 지는 시기, 단풍이 드는 시기를 눈으로 확인해 예측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토대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대 AI연구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 ‘기후·환경 AI센터’를 출범했다고 31일 밝혔다. 센터가 주목하는 것은 ‘육상 생태계’ 데이터다. 토양과 식물 등의 데이터를 추출해 기후 변화 영향을 따진다. 즉 꽃이 피고 지는 시기나 단풍 시작일 같은 식물 생장은 기온과 강수량, 일사량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후 변화 분석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생태계 자료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예측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센터는 지난해 초 산림청으로부터 수목 240여종에 대한 20년치 데이터를 제공 받았다. 개화일, 단풍일, 낙엽일 등 식물에 따른 계절 데이터가 포함됐다. 이전까지는 국립수목원에서 담당자들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해 손으로 작성한 그림으로 남겼다. 기준의 일관성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센터는 기온 변화와 강수 정도 등 변수까지 고려해 생장 데이터를 분석한다. 딥러닝을 활용한 만큼 예측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센터는 기후 변화 진단과 예측을 넘어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근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무나 식물이 탄소를 얼마만큼 흡수할 수 있는지 예측하면 탄소 배출 목표량도 달라질 수 있다. 육상 생태계뿐 아니라 대기질 데이터도 진단 대상이다.

센터장인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은 무조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배출량과 흡수량을 똑같이 맞추는 게 목표”라며 “우리 생태계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면 현실적인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AI연구원은 6월 중순 기후·환경 AI센터를 비롯해 푸드 AI센터, 신약개발 AI센터 등 서울대 AI연구원 소속의 16개 센터 발족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