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9일 강원도 강릉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초 총장직 사퇴 후 현직 의원과 대면 접촉한 건 처음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열과 성을 다하겠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전화를 걸어와 ‘강릉에 내려갈 일이 있는데 볼 수 있나’고 해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권 의원의 검찰 6년 후배지만,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종종 어울려 놀던 1960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권 의원 지역구인 강릉은 윤 전 총장 외가가 있는 곳이다.
이번 만남은 윤 전 총장이 강릉 외가의 친인척을 방문하고 외할머니 산소를 성묘하는 일정을 계기로 마련됐다. 두 사람은 서로 “총장님” “의원님”으로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칼국수 식당, 횟집,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4시간가량 만났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역 인사 2명도 배석했다.
윤 전 총장은 일행이 “무조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나서 달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으며,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 ‘여러 사람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하겠다’고 했다”며 “다만 대선 출마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알아본 식당 관계자나 주변 시민들 요청에 사진 여러 장을 찍어주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회동에 대해 “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 가볍게 만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공직을 떠난 이후 줄곧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노동·청년·소상공인·IT 등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강릉행도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특히 그가 국민의힘 4선 의원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만났다는 점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의 한 지인은 “진로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 활동 개시)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