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겸 방송인인 허지웅씨가 90년대 초반 ‘휴거 소동’에 관한 글을 남겼다. 최근 음모론이 끊이질 않는 손정민씨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허씨는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90년대 휴거 소동이 있었다. 친구 가운데 하나는 그걸 심각하게 믿는 눈치”였다고 운을 뗐다. 휴거 소동이란 1992년 10월 28일 세계가 종말한다는 주장으로 사람들을 현혹해 파탄으로 이끌었던 다미선교회 사건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구는 휴거 전날 학교에 오지 않았다. 휴거는 오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친구를 둘러싸고 놀렸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 친구에게 넌지시 휴거가 왜 오지 않았나 물었다”며 “친구는 휴거는 일어났고 지상이 아니라 하늘에서 먼저 이루어진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허씨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와 수집한 사실이 서로 모순될 때를 인지부조화 상태라고 말한다”며 “사람은 이런 인지부조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될 수 있으면 자기 견해를 강화하는 사실만을 편향해서 수집한다. 이를 확증편향이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와 사실을 보여주면 납득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며 “하지만 이미 자기 견해를 고수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치러온 사람들에게는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보다 가설을 추가해 자기 의견을 강화하는 쪽이 덜 고통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견해를 가진 이들을 모아 가설을 영원히 더 해가며 결말이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며 “이런 일은 늘 반복해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허씨는 “다만 오래전의 그 친구를 떠올린다”며 “아이들이 친구를 놀려대며 굴복시키려 하지 않았다면, 누군가 절박한 친구를 돈벌이로 생각해 새로운 가설을 계속해서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가 그 안으로 도피했을까. 친구의 눈은 참 슬펐다”며 글을 맺었다.
누리꾼들은 허씨가 유튜브 등 가짜뉴스에 호도돼 손씨 사건의 음모론을 믿고 있는 대중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9일 손씨 사망 사건에 범죄 연관 가능성이 적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을 전했다. 경찰 역시 지난 27일 손씨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범죄 정황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일부 인사들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손씨 사망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의 연루 가능성,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은 오히려 ‘그알 폐지’, ‘제대로 된 수사’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