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방지 약속에도 또…끊이지 않는 백신 오접종 사례

입력 2021-05-31 15:08
연합뉴스

방역 당국의 재발 발지 약속에도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도 백신을 맞거나 중복·조기 접종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백신 접종에만 급급하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 등에서 제대로 접종 대상자를 확인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31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한 종합병원에선 14세 중학생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AZ 백신은 안전성 입증 등을 이유로 미성년자가 접종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A군을 의료진으로 착각해 접종시키는 황당한 실수가 일어난 것이다. A군은 정형외과 진료를 마친 뒤 주사를 맞기 위해 주사실을 찾았으나 별다른 확인 없이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세종시의 한 병원에선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려던 50대 여성이 AZ 백신을 맞았다. 의료진이 대상포진 주사 대신 AZ 백신을 접종시키는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역시 투약 전 처방 내용을 환자에게 물어보는 절차를 생략한 채 주사를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가 약 30분 만에 두 차례 백신을 접종한 사례도 있었다. 광주 서구 주민인 80대 남성은 지난달 28일 지역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2차 접종을 마쳤다. 하지만 그는 치매 증상이 심한 탓에 접종 이후 다시 센터에 입장했고, 또 다시 백신을 맞았다. 센터 측은 전산 시스템 상으로 단순 ‘접종 대상자’인지 여부만 확인했고, 접종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춘천의 한 80대 치매 환자가 노인시설과 동사무소에서 따로따로 백신 접종을 신청했고, 이틀 연속 화이자 백신을 맞기도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백신 접종 오류는 13건이 확인됐다. 당시 기준으로 10건은 예정된 일정보다 빨리 접종이 이뤄진 경우였고, 3건은 중복 접종이 이뤄진 사례였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접종 대상자가 언제 접종을 받았는지 등록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접종을 시행해야 하는데 먼저 접종하고 등록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접종 전 대상자의 접종력을 시스템에서 미리 확인하고 접종을 시행하게끔 절차와 시스템을 개정하고, 대상자 확인 시에도 이름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해 개인의 예방접종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65~74세의 AZ 백신 1차 접종 시작에 따라 잔여 백신 예약시스템을 개통했다. 6월부터는 미국 정부가 우리 군에 제공하기로 한 존슨앤존슨의 얀센 백신 101만2800회분의 접종이 30세 이상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군 관련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접종 대상과 예약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백신 접종률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오접종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