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을 이어온 강릉 해송 숲을 시민들이 지켜냈다.
강원도 강릉시와 준씨엠에스는 31일 오전 강릉시청에서 송정동 숙박시설 대안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업체 측은 송정동 해송 숲에 생활숙박시설을 짓는 대신 교동 인근에 공동주택을 짓기로 했다. 또한 시는 예산을 수립해 송정동 사업부지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를 거쳐 매입하기로 했다.
송정동 사업부지는 최고 60년 수령의 해송 150여 그루가 심겨 있다. ‘송정(松亭)’이라는 지명은 고려 충숙왕의 부마(왕의 사위) 최문한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자 송도에서 강릉으로 이주해 올 때 가져온 8그루 소나무를 이곳에 심은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산과 해안 등이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훼손되고 있는데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 강릉의 청정 자연환경을 지켜내겠다”며 “송정 숲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 시민과 강릉시민단체협의회, 사업시행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송정 숲 및 해안 송림을 보전할 수 있는 공원계획을 이른 시일 내에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업체는 송정해변 일원에 지하 1층~지상 10층, 298실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겠다며 2019년 1월 강릉시에 건축허가신청을 했다.
이에 시는 산지관리법 규정 등에 따라 사익보다는 재해 예방, 자연생태계 보전 등 공익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할 산지라는 이유로 불허 처분을 했다. 그러자 사업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해 2019년 9월 인용재결처분을 받아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시가 송림보호 차원에서 대체 터를 제안했지만 사업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업체 측이 이를 바로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강릉시번영회와 강릉시여성단체협의회, 해송 숲 보존회 등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700년 이어온 강릉 송정 해송 숲 지키기 서명운동’을 통해 개발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또 해송 숲 보존회는 지난 1월 ‘'700년 이어온 솔향 강릉의 해송 숲을 꼭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해 1만5000여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해송 숲 보존회 홍정현 회장은 “송정 해송 숲의 개발이 다른 해송 숲의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동해안의 해송 숲을 잘 보존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