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프랑스오픈 첫날 경기 승리 후 인터뷰를 거부하면서다. 오사카는 1만5000달러(약 16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오사카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첫날 단식 1회전에서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63위·루마니아)를 2대 0(6-4 7-6<7-4>)으로 물리쳤다. 하지만 이후 코트 위에서 진행되는 TV 중계용 퀵 인터뷰에만 응한 뒤 공식 기자 회견에 불참했다. 이에 대회 조직위원회에선 오사카에 벌금을 부과했다.
오사카는 프랑스오픈 참가 직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번 대회 인터뷰 불참 의사를 미리 밝혔다. 그는 이 게시물에서 “기자 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선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할 수 있다”며 “기자회견에선 기존에 여러 번 답했던 질문이 또 나오고, 뭔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 처하길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에 패한 선수의 기자회견 참석에 대해 오사카는 “넘어진 사람을 발로 또 차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또 “특정 대회나 기자가 싫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이번 대회가 문제여서 기자 회견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거부할 권리가 없는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항의하기 위해 한 결정이란 사실을 확실히 한 것이다.
오사카는 이전에도 테니스 내·외부 각종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3월 호주오픈이 끝난 뒤엔 아시아인 혐오로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자’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지난해 9월 US오픈 당시엔 매 경기 흑인 인종차별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코트에 들어서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메이저대회에 그녀가 옹호하고 싶었던 권리는 ‘선수의 인터뷰 거부권’이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팬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는 프랑스오픈 대회 조직위에선 나아가 오사카의 실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추후 인터뷰 참여를 권고했다. 조직위는 “규정 위반이 계속되면 최대 실격까지 가능하다”며 “더 많은 벌금, 향후 메이저대회까지 적용될 징계가 예상되므로 앞으로 미디어 관련 의무를 이행키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소셜 미디어 게시글에 “벌금은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곳에 쓰이면 좋겠다”고 밝혔던 오사카는 경기 후 다시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분노는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다. 변화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내용의 글을 적어 올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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