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고 배상액 산정시 기존 질병 장애 정도 고려해야”

입력 2021-05-31 12:43

사고 피해자의 근로 능력 상실에 따른 배상액을 산정할 때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겪고 있는 질병이나 장애 정도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A씨가 B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4월 서울 송파구의 편도 4차선 도로를 횡단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이 사고로 사지마비 등 영구적 신체 손상을 입었고, B사를 상대로 7억23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운전자에게 70%의 사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무단횡단을 했지만, 운전자가 전방과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사고로 근로 능력을 상실해 잃어버린 장래 소득(일실수입) 1억7400만원, 향후 치료비 1억700만원, 돌봄비용 4억3800만원 등에서 공제액을 제외한 5억28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B사는 사고 전인 2016년 9월 A씨가 급성 뇌출혈로 쓰러진 뒤 사회적 직업적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일실수입을 계산할 때 이를 고려해달라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거 병력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 향후 치료비 보조구 비용 등을 일부 감액한 3억7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고 이전부터 기왕의 장해가 있었으므로 그로 인해 노동능력이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상실됐는지 확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 후 노동능력 상실률에서 기왕의 장해로 인한 상실률을 감하는 방법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마치 A씨가 교통사고 이전에는 노동능력을 전혀 잃지 않았던 것처럼 일실수입을 계산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