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인 여성이 건강한 흑인 입양딸에게 500회 이상의 불필요한 진료와 수술을 받도록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KCPQ뉴스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주 렌튼에 사는 소피 하트먼(31)이 아프리카 잠비아 출신의 입양 딸(6)에 대한 의료학대와 가정폭력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하트먼은 딸이 유년기 반신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희소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의사들은 아이가 현재 “완벽하게 건강하다”고 진단했다.
하트먼은 딸이 2살 되던 무렵부터 병원에 데려가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기소 기록에 따르면 하트먼은 2016년 이후 딸의 이름으로 474건 이상의 진료 예약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딸에게 식이장애가 있는 환자가 사용하는 튜브 삽입 수술을 하게 했고, 다리 보호대를 착용시켜 휠체어를 사용하게 했다.
아이의 신경계 질환은 하트먼이 제공한 증상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내려진 진단이며, 하트먼 외 다른 사람이 심각한 발작을 포함한 이런 증상을 관찰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시애틀 어린이병원에 입원한 하트먼의 딸은 튜브 없이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었고, 화장실 또한 삽관 장치 없이 이용 가능한 ‘건강한 상태’였다. 보호대나 휠체어 없이도 자발적으로 걷거나 뛸 수 있었다.
이에 시애틀 아동병원 전문의들은 “어머니가 자신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징후와 증상에 근거해 무리한 외과적 수술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조사기관에 상담을 요청했다. 또 전문의들은 지난 24일 제출한 문서를 통해 “입원 기간 동안 하트먼의 진단을 뒷받침하는 발견이나 보고된 증상은 없었다”며 “입원 과정에서 얻은 모든 증거는 그의 딸이 건강한 6세 어린이임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2019년 하트먼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세계적인 복지기관 ‘메이크어위시’ 재단으로부터 수혜를 받기도 했다.
당시 아이를 위한 SNS 페이지는 물론 다양한 모금 행사가 마련됐으며, 하트먼은 재단에서 촬영한 영상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딸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제든지 마비될 수 있다’는 질병을 진단받았다고 말했다.
수사관들은 하트먼이 의학적 상태에 대해 거짓말하는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경찰이 공개한 하트먼의 일기에는 스스로를 “고통에 관해서는 강박적인 거짓말쟁이이자 과장쟁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적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하트먼이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by proxy)’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보호자가 동정이나 관심을 얻기 위해 치료 중인 사람의 질병을 과장하고 조작하는 정신장애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