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폭행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는 제삼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확인 절차 없이 ‘영상이 없으며, 단순폭행죄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이 차관 폭행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A경사는 지난해 11월 9일 피해자인 택시기사 B씨 조사를 마친 뒤, ‘폭행 영상이 없다’는 B씨 진술과 배치되는 제삼자 진술을 확보했다. B씨를 만났던 블랙박스 업체 주인이 ‘B씨가 폭행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해갔다’고 증언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A경사는 B씨에게 영상 유무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영상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당일 상관에게 올라갔는데, 보고서 내용에는 B씨 진술을 토대로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로 이 차관의 혐의를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사흘 만이자, 이 사건 첫 당사자의 피해자 조사가 이뤄진 직후 부실하게 결론이 내려진 정황이다. 이날은 형사과장과 서장을 비롯한 복수의 서초서 간부들이 이 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유력인사로 인지했다고 파악된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A경사의 11월 9일 내부 보고 과정은 최근 경찰의 발표로 알려진 서초경찰서장 C총경의 지시 내용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날 아침 C총경은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증거관계를 명확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A경사는 핵심 증거인 폭행 영상의 존재 가능성을 알린 블랙박스 업체 주인의 진술조차 당시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사건은 A경사의 보고대로 이 차관과 피해자가 합의한 ‘단순폭행 사건’으로 확정돼 11월 12일 내사종결 처분됐다. A경사는 처분 국면에서도 택시기사 B씨로부터 직접 폭행 영상을 접하고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