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폐 손상을 입고 사망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됐던 고교생의 사인이 밝혀졌다. 비행을 저지른다는 이유로 벌어진 사촌 형의 폭행에 의한 패혈증이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권순향)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고종사촌 형 A씨(30)에게 상해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아버지 B씨(4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9일 포항 북구에 있는 자택에서 고등학생인 사촌 동생 C군이 “물품 사기를 치고 인터넷 도박으로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많이 불었으니 돈을 갚아 달라”고 하자 화가 나 나무 빗자루로 팔과 다리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B씨는 폭행 사실과 아들 몸에 난 멍 자국을 확인했으면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당시 C군의 몸 상태는 학교에 머물 수 없을 만큼 급격히 나빠졌다. 조퇴 후에도 집안 곳곳에 설사를 하는 등 건강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B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C군은 다리 부위 손상으로 인한 패혈증과 배 안 출혈 등으로 같은 달 22일 숨졌다. A씨에게 맞은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과정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고 상해가 사망에 이르는 원인이 된 점에 비춰 결과가 매우 무겁다”며 “다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패혈증으로 사망할 것이란 점을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상해치사가 아닌 상해 책임을 묻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에 대해서는 “방임행위가 피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음에도 아들의 치료 거부로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한다”며 “결과적으로 하나뿐인 자녀를 잃게 됐고 자기 행동이 사망에 한 원인이 됐다는 후회와 자책 속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