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의’ 이용구 차관 증거인멸교사 혐의 소환조사

입력 2021-05-30 18:28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 26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이 사건 발생 6개월 만인 30일 이 차관을 소환 조사했다. 이 차관 사건 발생 당시 서울경찰청에 한 차례 관련 보고를 했다던 서울 서초경찰서는 당초 해명과 달리 총 세 차례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이 차관을 소환해 택시기사 폭행 사건 이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차관은 폭행 사건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 8일 피해자인 택시기사에게 연락해 합의금을 건네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그가 차관으로 내정되기 약 3주 전 시점이었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지난 1월 “이 차관의 블랙박스 영상 삭제 요구는 증거인멸 교사 행위”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으로 이 고발 사건을 이첩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맡았던 서울 서초경찰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고위 인사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말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려 내부 조사를 이어왔다. 조사 과정에서 서초서 간부들이 이 차관이 초대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중 1명으로 거론되는 등 유력 인사임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당시 서초서 형사과장이었던 A경정은 폭행 사건 이튿날인 지난해 11월 7일 휴일임에도 출근해 이 차관에게 최초 적용됐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 혐의의 적절성을 따져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출동했던 서초파출소 경찰관은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서초서에 보고했는데,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간부가 출근해 혐의 적절성을 다시 따져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해당 지시가 이뤄지고 며칠 뒤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로 변경 적용돼 내사 종결됐다. A경정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에도 출근을 해왔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에 사건 발생 보고만 한 차례 했다는 서초서 해명도 사실이 아니었다. 서초서 생활안전과 B경위는 경찰 내부망 메신저를 통해 서울경찰청에 이 차관에 대한 신상 정보뿐만 아니라 피해 택시기사의 출석 일정, 해당 기사가 처벌 불원서를 작성한 사실까지 함께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식 보고’는 아니라는 입장이나 상부와 세 차례 정보 공유가 이뤄졌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경찰 수사와 별개인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이 차관을 수사해온 검찰도 지난 22일 이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폭행 논란으로 검경의 조사를 동시에 받아온 이 차관은 지난 28일 “새로운 일꾼이 필요하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