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40년사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감독은 모두 5명이다. 그중 3명이 올해 현직으로 활동한다. 리그를 구성하는 10개 팀에서 30%가 외국인 감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야말로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 하지만 순위표에 나타난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2021시즌 KBO리그는 5월 마지막 경기로 봄 일정을 끝낸 30일까지 ‘7강 3약’의 혼전으로 펼쳐졌다. 상위 7개 팀의 승률은 5할 이상으로, 절대강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19~22일에는 LG 트윈스,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 SSG 랜더스 순으로 4개 팀이 하루씩 번갈아 가며 1위를 찍는 대혼전이 벌어졌다. 선두 SSG부터 7위 키움 히어로즈까지 간격은 4경기 차에 불과하다. 누구에게나 선두로 도약할 기회가 열렸다.
이런 기회도 ‘3약’에는 해당하지 않는 얘기다. 8위 KIA 타이거즈, 9위 한화 이글스, 10위 롯데 자이언츠는 3~4할대 승률에서 ‘탈꼴찌’를 경쟁하고 있다. 한화와 롯데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8~10위 사이만 맴돌았다. 공교롭게 하위 3개 팀 감독은 모두 외국인이다.
앞서 KBO리그를 거쳐 간 외국인 감독의 성공 공식이 유독 올봄에는 통하지 않는다. ‘리그 1호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2008년부터 재건해 3시즌 연속 가을 야구 진출의 반전을 이뤄냈다.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를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외국인 사령탑의 성공 공식을 완성한 지도자로 평가된다.
올해 활동하는 외국인 감독 3명의 성적표는 로이스터·힐만 전 감독의 성과와 대조적이다. 가장 뼈아픈 건 롯데다. 롯데는 시즌 중 한국인에서 외국인으로 감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허문회 전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11일 부임한 래리 서튼 감독은 2005년 옛 현대 유니콘스에서 KBO리그 홈런왕(35홈런)에 오른 강타자 출신이다. 누구보다 KBO리그를 잘 안다. 롯데 2군 감독을 지내면서 쌓은 안목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날 NC 다이노스에 4대 5로 지면서 부임 후 10번째 패배(3승 1무)를 당했다. 서튼 감독의 승률은 3할을 밑돈다.
한화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부터 선수들을 지휘하면서 ‘실패할 자유’를 부여했다. 지난해를 꼴찌로 마친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를 쇄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 팀 타자의 성향, 볼카운트의 유불리를 헤아려 내야진의 전형을 바꾸는 수비 시프트도 과감하게 도입했다. 그 결실로 시범경기를 1위로 완주하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정작 정규리그가 시작되자 팀 순위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올해 KBO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수베로 감독에겐 낯선 환경 적응도 과제로 남아 있다.
KIA의 맷 윌리엄스 감독은 부임 첫해인 지난해 팀을 포스트시즌 문턱의 바로 아래인 6위로 올려놓고 무난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양현종을 미국 메이저리그로 보낸 뒤 마운드 전력 하락의 해법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일 마크 위더마이어 수석코치를 잔류군 코치로 내려보내고, 그 자리에 김종국 코치를 선임했지만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