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제임스 본드 ‘블랙요원’…목숨 걸고 첩보활동

입력 2021-05-30 17:30 수정 2021-05-30 17:34

국가정보원 요원은 신분을 감춘 채 활동하는 이른바 ‘블랙 요원’과 공식 직함을 갖고 일하는 ‘화이트 요원’으로 나뉜다. 스파이 영화의 바이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시 MI6(영국 비밀정보국) 소속 블랙 요원이다.

블랙 요원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철저히 신분을 숨긴 채 첩보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북 정보가 모이는 북·중 접경지역은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는 곳으로, 세계 3대 첩보 전장으로 불린다. 블랙 요원은 현지 정보기관의 추적 및 체포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첩보 활동을 벌인다.

정보기관은 휴민트(인적정보)는 물론 시긴트(신호정보)와 이민트(영상정보)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도 국정원은 휴민트·시긴트·이민트를 통해 취합한 정보를 분석해 김 위원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뒤 김 위원장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국정원은 또 이 세 정보를 활용해 2013년 말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실각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2018년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는 등 양지로 나오고 있지만, 정보기관 특성상 예산이나 규모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혼소송을 제기한 부인에게 “국정원 예산이 역추산될 우려가 있다”며 국정원 직원인 배우자의 월급과 수당 내역은 공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올 정도다.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국정원 재직 당시 인사처장으로서 인력 규모는 알아도 예산에 대해선 몰랐다”며 “국정원의 인력과 예산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모사드 정보요원은 7000여명, 연간 예산은 약 27억 달러(3조100억원)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추정에 기초해 국정원 규모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정원은 국정원장 아래 세 명의 차장이 있다. 1차장은 대북 및 해외정보를, 2차장은 대테러·방첩을, 3차장은 과학·사이버 첩보를 담당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