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PSG)의 선택은 ‘악수’가 됐다. PSG가 지난 겨울 내친 토마스 투헬(48) 감독이 첼시에 두 번째 ‘빅이어’를 안겼다. 챔스는 물론 리그 우승도 놓친 PSG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까지 잃을 위기다.
투헬 감독은 3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의 드라강 경기장에서 열린 2020-2021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한 첼시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첼시는 올 시즌 중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위권인 리그 9위까지 순위가 처졌다. 첼시 수뇌부는 시즌 전 티모 베르너나 카이 하베르츠 등 천문학적인 몸값의 선수들을 영입해 프랭크 램파드 감독을 지원했지만, 이들이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팀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삐걱댔다.
지난 1월 말 첼시 지휘봉을 잡은 투헬 감독은 단 4개월 만에 팀을 UCL 우승팀으로 바꿔놨다. 탄탄한 공·수 조직력과 유연한 전술 운용을 바탕으로 한 투헬 감독 체제에서 베르너-하베르츠 등 영입생들과 기존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고, 첼시는 상승세를 탔다. 결국 EPL에서 최종 4위로 차기 시즌 UCL 출전권을 얻었다.
투헬 감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UCL 2회 우승 경력이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UCL 결승에서 정면 승부를 펼쳐 결국 승리했다. 부임 후 과르디올라 감독과 펼친 3번(FA컵·리그·UCL)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긴 것. 심지어 득점에 성공한 건 시즌 초반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 받았던 하베르츠였다.
첼시는 투헬 감독 선임이란 선택으로 결국 통산 2번째 UCL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2011-2012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9년 만이다. PSG에서 지난 시즌 UCL 준우승을 이끈 뒤 1년도 안 돼 기어코 우승까지 차지한 투헬 감독도 유럽에서 가장 ‘핫한’ 감독으로 부상했다. ‘소방수’로 부임했지만, 첼시와의 장기 계약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UCL 우승 후 처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만난 투헬 감독은 “첫 미팅은 최고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다시 대화를 나눌 것이고, 난 그에게 여전히 승리를 원한다고 확신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12월 24일 투헬 감독을 경질한 PSG는 악수를 둔 꼴이다. 투헬 감독은 지난 시즌 PSG를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UCL 결승에 진출시켰지만 뮌헨에 0대 1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악재는 계속됐다. 올 시즌 초 네이마르의 부상, 주축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 여파로 투헬 감독은 PSG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었다. 선수 이적을 두고 구단 수뇌부들과 갈등까지 겪던 투헬 감독은 결국 경질됐다.
PSG는 새로 포체티노 감독을 임명했지만, PSG는 UCL 4강에서 맨시티에 2패해 탈락했다. 리그에선 최근 10년 간 7번을 차지한 타이틀까지 놓쳤다. 심지어 최근 포체티노 감독도 PSG를 떠날 수 있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친정팀 토트넘 홋스퍼가 포체티노와 접촉했고, 포체티노 측이 4년 계약에 구단 운영 전권을 요구한다는 구체적인 조건까지 거론되는 중이다.
감독 교체라는 한 수가, 시즌 막바지 PSG와 투헬 감독의 운명을 극명히 갈라놓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