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직장갑질 등 시대상 반영…‘모범택시’ 최고 시청률 18%로 종영

입력 2021-05-30 16:45 수정 2021-05-30 16:48
주인공 김도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이제훈. SBS 제공

전화 한 통이면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가해자를 처벌해주는 무지개 운수의 복수극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가 지난 29일 순간 최고 시청률 1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주간 미니시리즈 1위를 수성하며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에서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오철영(양동탁 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오철영의 아들(류성록 분)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김도기는 오철영의 아들이 오철영이 수감된 교도소의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중증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며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오철영의 아들을 보고 김도기는 복수를 포기하고, 오철영을 다른 교도소로 이감시키도록 한다. 하지만 이감 도중 오철영은 자신의 아들을 심하게 폭행해 어머니에게 면회를 가지 못하도록 한다. 오철영의 아내는 아들을 기다리다 병원에서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모범택시 마지막회의 시청률은 SBS 역대 금토드라마 중 ‘펜트하우스2’, ‘열혈사제’, ‘스토브리그’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것이다. 모범택시는 학교 폭력과 직장갑질,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들을 조명했다. 법만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무지개 운수는 사적 복수를 대행하는 ‘다크히어로’로 시청자의 대리만족을 이끌어냈다.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복수는 또 다른 피해를 낳는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무지개 운수의 대표인 장성철(김의성 분)은 복수를 결심한 김도기에게 “복수는 상대방을 망가뜨리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더라. 네가 너 스스로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복수는 완성되는거야”라고 말한다.

매회 엔딩 메시지는 단순 범죄 액션물과 다른 묵직한 울림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됐다. 학폭 에피소드에선 ‘어리다고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누가 돌을 던졌건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니까’라는 메시지로 미성년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직장 갑질 에피소드에선 ‘행동은 대나무처럼 하시더라도 마음은 풀처럼 다시 일어나십시오. 버티세요. 부러지지 마세요’라는 문구로 피해자들을 응원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했다. 주인공을 맡은 이제훈은 사적 복수의 최전선에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배우 김의성은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를 진두지휘하면서도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살피며 무게감 있는 연기로 중심 서사를 이끌었다. 이솜, 표예진과 뮤지컬 배우 차지연 등도 열연을 펼쳐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SBS 관계자는 “모범택시는 우리 사회가 기다려온 ‘K-다크히어로의 진수’를 선보였다”면서 “무지개 다크히어로즈의 ‘악당 사냥’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모습을 통해 모두의 바람을 대신 이뤄줬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