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내수 판매 10만대 선이 붕괴하며 지난해까지 내리막길을 걷던 경차 시장에 기아 레이의 질주가 돋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판매량 기준으로 경차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주문이 늘면서 소상공인의 경차 수요가 오른 영향이다.
다만 레이가 유독 높은 판매 증가율을 보인 이면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차박(자동차+숙박)’을 즐기는 젊은 층의 수요를 끌어온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경차 판매는 총 89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했다. 기아의 레이가 3808대로 72.2% 증가했고, 모닝은 3348대로 13.1%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올해 1~4월 판매 합계 기준으로 경차 모델 가운데 레이(1만1687대)만 나 홀로 판매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레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4%의 증가율을 보였고, 모닝(-10.4%)과 한국지엠(GM) 스파크(-21.1%)는 주춤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경차는 국민 소득 증가에 따라 소형 SUV 시장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했다.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5년 17만대에서 지난해 1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월평균 판매량은 이미 2019년부터 1만대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대면 배달업종이 늘어나면서 점차 경차 시장에 반등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소수로 여행을 떠나는 차박족이 경차를 선택하기 시작해서다.
특히 기아는 이런 시장 수요를 잡는데 레이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체 개별화 상품인 ‘튜온 펫’을 내놓으면서 반려동물과 차박을 떠나는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튜온 펫은 반려동물을 위한 레이의 전용 카시트(이동식 케이지)와 카펜스, 방오 시트 커버까지 따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레이 특화 상품이다.
나아가 현대자동차그룹은 반려동물 특화 차량으로 떠오르는 레이를 이용해 새로운 시장까지 개척하고 있다. 반려동물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엠 바이브(M.VIBE)’ 사업에 기아 레이 EV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직장인의 경우 사무실에서 해당 앱으로 반려동물 전용차를 부르면 서비스 직원이 개조된 레이를 이용해 직접 반려동물을 원하는 애견 가게에 맡겨주고 데려오는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오는 8월 말까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