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을 퇴출시키고 자원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1월 바젤협약이 발표되면서 모든 폐플라스틱은 수출입 통제를 받게 됐다. 유럽연합(EU)는 2025년까지 포장재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55%까지 늘리고, 일본은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비중을 60%까지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말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도 현재 54%에서 70%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플라스틱이 사라진 시대, 미래의 소재사업은 어떤 모습이 될까. 국내 기업 중 재생플라스틱 생산에 가장 큰 규모로 뛰어들고 있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의 본부 격인 의왕사업장을 지난 28일 방문했다. 롯데케미칼은 재생플라스틱 사업이 ‘친환경 캠페인’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IT·전자·가전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미래 주력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은 물리적·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재생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세척하고 파쇄해 ‘펠렛’ 등으로 1차 제조한 뒤 제품을 생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경우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종류가 제한돼 있고 깨끗한 플라스틱만 이용할 수 있는 등 제약이 많다.
한편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수거한 뒤 열분해 등 과정을 거쳐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등 원료를 정제 및 생산한 뒤 재생플라스틱으로 만든다. 폐플라스틱의 종류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고, 물리적 재활용이 비해 재활용 횟수도 이론적으로는 무한정 가능해 특히 향후 활용 가능성이 주목된다.
이날 방문한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에서는 재생플라스틱 산업의 기술 개발 및 현황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었다. 재생플라스틱 품질 인증을 위한 실험도 이곳에서 직접 이뤄졌다. BIC의 여성용 면도기를 포함해 IT, 전자, 가전제품 등 실생활에서 접하는 제품들에 실제로 재생플라스틱 소재가 활용된 사례들도 전시로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첨가제, 윤활유, 색소 등을 컴파운드하는 과정에서 색상, 투명도, 광택감 등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의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공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롯데케미칼이 특히 주력하는 것은 ‘글로벌 현지화’ 전략이다. 폐플라스틱의 국가 간 수출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현지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공급받아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운송료 등 비용을 절감하고 현지 산업과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현재 중국·멕시코·헝가리·베트남·미국·터키 공장에 더해 2곳을 추가로 건설 중이며, 2025년까지 100% 현지화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화학사 중 해외 영업소도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은 현재 전체 규모의 6% 수준인 재생 플라스틱의 생산을 2025년까지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부가가치 있는 고품질 재생플라스틱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첨단소재 기술을 고도화해 다양한 용도를 개발하면 향후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