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상습 폭행 막지 못해 아기 숨진 친모 구속…왜?

입력 2021-05-30 14:40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자신의 아기를 동거남이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데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20대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30일 의정부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A씨(24·여)는 당시 전 남자친구와 사이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B씨(23)와 교제를 시작했다.

A씨는 B씨와 동거하는 사이로 가까워졌다.

A씨는 B씨와 아기가 태어나면 곧바로 입양 보내기로 약속하고 같은 해 11월 29일 C군을 출산했다.

하지만 C군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해 당분간 함께 지내기로 했다.

B씨는 같은 해 12월 19일 세상에 나온 지 겨우 20일이 막 지난 C군이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때리기 시작했고, 26일까지 반복적으로 머리를 때렸다.

울면 운다고 또 때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왜 이렇게 세게 때리냐’고 하면 B씨가 ‘입양 보낼 건데 정 주지 말라’며 계속 때렸다. 분유를 ‘쪽쪽’ 거리면서 먹어 시끄럽다며 때리려 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B씨의 폭행에도 A씨는 경제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고, 격리 등의 조처도 하지 않았다.

A씨는 C군이 숨을 헐떡거리고 몰아 쉬는 것을 보고도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B씨의 학대가 발각될까 봐 방치하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C군은 호흡 불안 30분쯤 후 숨이 멎었다.

그제야 B씨는 119에 신고해 C군을 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이미 뇌사 상태였고 다음날 사망 판정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문세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피고인 B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2년을, 피고인 A씨에게는 아동학대 치사혐의로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B씨에게 7년간, A씨에게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하고 A씨는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B 피고인은 범행 동기와 경위,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폭행의 정도를 축소,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모로서 양육·보호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도 위험한 상태에 놓인 피해자를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정부=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