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급한 MZ세대, 100억 예금 효과내려면…건물주 위에 연금주”

입력 2021-05-30 14:22 수정 2021-05-31 16:37
이병철 신한은행 부행장이 2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퇴직금은 직장인이 은퇴 후 거의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목돈이다. 그래서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됐음에도 그동안 원금보장을 추종해 예·적금에만 넣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가입자가 전체 퇴직연금 중 60%에 달하는 이유다. 반면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은 원금 손실 우려 탓에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병철 신한은행 퇴직연금 부문 부행장은 “무조건 DC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주 위에 연금주”라며 “월 연금 674만원이면 100억원 예금자 이자 수익과 같다. 특히 MZ세대는 DC형으로 갈아타는 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그를 지난 27일 신한은행 본점 사무실에서 만났다.

건물주 위에 연금주
이 부행장은 “지금 10억원을 정기예금에 넣으면 월 67만4000원을 이자로 준다. 그렇다면 월 연금 674만원을 받으면 은행에 100억원 예금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엔 건물주가 되면 노후 보장이 됐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건물주는 사무실을 임대 내고, 관리하고, 코로나19 같은 게 터지면 임대료를 깎거나 부동산 정책 따라 세금도 늘었다 줄었다 한다”며 “그러나 연금 생활자는 한 달 400만원만 받으면 아무것도 신경 쓸 게 없다”고 말했다.

월 674만원 연금을 받는 게 쉬운 일일까. 이 부행장이 MZ세대를 예로 든 게 이를 위해서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만 30세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직장인 부부는 은퇴 후 114만8000원 국민연금을 받는다. 남은 금액은 약 월 560만원이다. 이 중 30년간 DC형으로 1억5000만원을 납입하고 연 4% 수익률을 기대할 경우 잔액은 3억5483만원이 된다. 또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세액공제(최대 16.5%) 한도인 연 700만원을 같은 기간 넣으면 원금은 2억1000만원, 같은 수익률을 얻으면 잔액은 4억9676만원이 된다. 총액은 8억5158만원으로, 월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국민연금 수령분을 더해 월664만원을 받게 된다. IRP 세액공제분과 연간 임금인상률은 포함하지 않은 대신 운용 수수료와 세금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이 부행장은 “MZ세대는 지금, 빨리 퇴직연금을 준비하면 된다”며 “10만원이든 20만원이든 IRP로 미리 떼놓고 준비하는 사람이 성공적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관리 1번은 노후 준비다. 노후 자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부동산 구매나 결혼 자금, 노후 자금 등에 대한 자산 배분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원금 손실은 TDF·로보로 보완…"16.5% 수익률, 당장 IRP도 가입하라"


그가 제안하는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다.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매니저가 알아서 채권과 주식 비중을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이 부행장은 “퇴직연금 전반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제일 중요한 건 1년 수익이 아니라 장기 수익”이라며 “TDF는 2035년 은퇴, 2040년 은퇴 등으로 5년간 잘라서 관리에 들어가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 TDF 수익률을 예로 들면 2035년 은퇴자 상품은 25%, 2040년은 30%, 2050년은 35%가 난다”며 “은퇴까지 기간이 많이 남을수록 위험 자산 비중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부디 젊은 사람들은 TDF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DC형으로 본인이 직접 운영하다 퇴직금을 까먹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이 부행장은 TDF와 로보 포트폴리오, 인공지능(AI) 펀드 등 수익률을 보조하는 기법들이 많이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로보 포트폴리오는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으로, DC형 포트폴리오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또 언제든 본인이 은행 앱에서 원터치로 기존 포트폴리오를 해지하고 채권이나 예·적금으로 돌릴 수 있어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부행장은 “로보 포트폴리오는 매달 쪽지로 시장 상황을 얘기해주고 본인이 판단토록 해준다”며 “2030세대는 일일이 상품을 바꾸기 어려우니 TDF로 운용하는 게 제일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저금리 시대에 임금 인상률이 2% 남짓인데 금리로는 0.7~0.8%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은 무조건 DC형으로 전환하고, DC는 TDF로 운용하며, IRP도 추가로 넣으면 된다”고 말했다.

IRP의 경우 세액공제 효과는 있지만 장기간 돈이 묶이기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에 대해 이 부행장은 “IRP는 연간 700만원까지 최대 16.5% 세액공제를 해주는데, 당장 16.5% 수익을 보는 것”이라며 “매달 목돈을 넣는 것도 아니고, 월 6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 수명이 64세인데, 기대수명은 남자가 83세 여자가 87세”라며 “20년 정도 연금을 탄다고 생각하면 처음엔 비용이 센 것 같아도 가면 갈수록 부담이 작아진다”고 부연했다. 이어 “지금은 의료보험이 잘 돼 있어 중병에 걸려도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다”며 “그렇게 일찍부터 준비하면 웰빙 노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웰빙’의 기준은 얼마일까. 그는 “계산해보니 나도 국민연금으로 월 200만원밖에 못 받더라. 그건 기초생활 100만원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라며 “300만원은 돼야 보통이고, 500만원은 돼야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적연금에서 200만원이 나온다면 적어도 사적연금에서 추가 200만원 이상이 나와야 한다. 그걸 퇴직연금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DB대신 DC로 갈아타야”


그는 DB형 가입자들도 DC형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두 상품을 모두 운용하는 회사라면 회사에 요청하면 바꿀 수 있다. 이 부행장은 “미국 네덜란드 호주 등 해외 선진국은 모두 온전히 DC나 IRP로만 운영한다”며 “퇴직급여제도가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제도로 이원화돼있는데 이를 퇴직연금제도로 통합하고 DB형도 DC형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2020년, 올해 계속 DC형으로 넘어가는 회사나 가입자가 늘어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보면 DB는 없애고 DC로 가야 된다. DC는 중도인출도 가능해 집 살 때 등에 활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해선 “퇴직금이 줄어드는 만큼 DC로 무조건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DC형 수익률은 6.3%로 DB형(2.46%)의 2.5배에 달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DC형이 13.25% 수익률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부행장은 “전체 노후를 준비하는 국민은 전체의 40%뿐이고 60%는 아직도 그냥 그냥 열심히 살고만 있다”며 “퇴직연금도 막 관심 가지기 시작한 게 2019년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물은 당장 못 산다. 적은 돈 모아서 100억원 예금효과 내려면 퇴직연금밖에 없다. 시작은 젊으면 젊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말은 “빠르면 빠를수록”, “젊으면 젊을수록” 이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