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재명의 소득전쟁, ‘안심소득 vs 기본소득’ 날선 공방

입력 2021-05-30 14:11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소득전쟁’이 시작됐다. 오 시장의 핵심공약인 안심소득과 이 지사가 주창해온 기본소득이 맞부딪힌 것이다. 이는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의 정책 대결이며, 나아가 두 대선주자의 미래복지 모델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된다.

서울시가 지난 27일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자 이 지사가 선공에 나섰다. 이 지사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안심소득은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맞지 않는 근시안적 처방”이라며 “국민을 ‘세금만 내는 희생 집단’과 ‘혜택만 받는 집단’으로 나눠 갈등 대립시키고 낙인을 찍는 낡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이 지사에 대해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전 살포를 합리화하는 포장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안심소득’은 연소득이 일정액에 못 미치는 가구에 미달 소득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 복지제도다. 반면 ‘기본 소득’은 누구에게나 아무 조건없이 매월 정기적으로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개념이다.

오 시장은 “중산층과 부자에 대해 세입을 넘어 세출 혜택까지 차별하지 말자며 공평지급과 보편을 이야기한다”며 “이미 이 지사님의 기본소득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동일한 액수를 나눠주면 양극화 해소에 오히려 역행한다’ ‘제대로 하면 재원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추진하는 안심소득에 대해 “추가적 재원 부담은 최소화하고 근로 의욕은 고취하면서 어려운 분을 더 많이 지원함으로써 그분들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양극화 해소에 특효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 지사가 29일 SNS에 다시 글을 올려 역공했다. 그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중위소득(4인가족 월 488만원)과 실소득 차액의 50%를 지급한다는 안심소득에 의하면 일 안하는 4인가족은 매월 244만원을 받는데, 월 200만원을 더 벌면 지원금이 100만원이 깎여 100만 원밖에 수입이 안 느니 취업 회피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또 “부분 시행한다면 중위소득 이하 500만명 중 어떤 기준으로 200명을 선별해낼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방식으로 지급하면 우선 낙인효과 없이 세금 낸 사람도 혜택받으니 공정하고, 지역화폐 지급으로 매출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을 회피할 이유가 없고, 문화예술 활동과 공익봉사처럼 보수가 적지만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다”고 지역화폐형 기본소득 보편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오 시장과 이 지사는 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도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 지사는 “서울만 해도 17조원으로 추정되는 안심소득 재원은 대체 어떻게 마련하실지 밝혀주시면 좋겠다”며 “그래야 안심소득이 시민을 속이는 헛공약이라는 의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극화 완화와 경제회복 효과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합의에 기초해 피할 수 없는 탄소세, 데이터세, 인공지능 로봇세, 국토보유세 등의 기본소득 목적세를 점진적으로 늘려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생계지원금 수준인 1인당 월 50만원까지 가면 된다”며 자신의 재원 확보 방안을 설명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이날 저녁 ‘재원 부담이 최소화되는 안심소득 vs 천문학적 재원이 필요한 기본소득’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서울시의 연간 복지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설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심소득 지급 대상자 중 기초수급자에게는 각종 현금성 복지급여의 일부가 중복 지급되지 않고, 그 기존의 복지재원을 안심소득 재원의 일부로 활용하는 만큼 늘어나는 복지재원의 총량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대상을 중위소득 60%나 50% 정도로 더 축소할 경우에는 추가 투입 재원이 훨씬 더 줄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오히려 이 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이야말로 천문학적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증세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공박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