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고(故) 손정민씨의 사망 사건을 조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타살 가능성이 낮다는 소견을 밝혔다. 손씨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A씨에 대해서도 증거를 인멸한다거나 손씨 사망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A씨의 가족도 손씨의 가족만큼 경찰 조사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 프로파일러들은 “동기와 기회 부분들을 살펴보면 가능성이 낮다. 현장은 공개된 장소, 범죄를 계획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도 “한강공원은 24시간 목격자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탁 트인 공간에서 살인의 고의를 가진 자가 남들이 보는 상태에서 살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도 “익사로 타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려면 그 사람도 물에 흠뻑 젖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손씨 친구 A씨도 물에 젖어 있었다는 모습은 관찰된 바가 없다”고 했다.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다. 어떤 종류의 약물이나 독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후두부에서 울퉁불퉁한 상처가 확인됐지만 사망 원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법의학 전문가는 “양쪽 폐가 팽창돼 있다. 전형적인 익사의 소견”이라고 밝혔다.
손씨와 함께 있던 친구 A씨가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도 진실에 가깝다고 봤다. 법의학 전문가는 “블랙아웃이란 건 나중에 기억이 안 나는 거다. 해마의 손상 때문”이라고 했다. 법의학 전문가는 또 “익사 전 살아 있을 때 끌리거나 하는 흔적이 없었다. 억압이나 제압의 손상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도 “A씨가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선 교수도 “고인이 사망하는 데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타살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이 든다”고 했다.
A씨도 변호인을 통해 만취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선택적으로 유리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오해가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 본인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정황에 대해서도 기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아버지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아버지에게 ‘취해서 힘들다’는 전화를 걸었고 A씨의 아버지는 친구(손정민씨)를 깨우고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고 한다. 25일 새벽 4시51분 A씨는 집으로 들어왔고 A씨 어머니는 아들의 옷에서 고인의 휴대폰을 발견했다.
A씨 어머니는 ‘친구는 잘 들어갔냐’고 물어봤으나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후 A씨와 A씨 어머니는 손씨가 아직 잠들어 있는 건가 싶어 확인차 한강공원으로 향했지만 손씨를 찾을 수 없었고 그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반포한강공원에 있었다는 제보자의 증언도 눈길을 끈다. 낚시하고 있었다는 이들은 “낚시를 철수 중이었는데 첨벙대고 첨벙 소리가 나서 ‘뭐지?’ 했다. 사람이 물속에 걸어 들어와서 가슴까지 차 가지고는 헤엄치는 건지 허우적거리는 건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물속에 들어가 개운하다는 느낌이었지 구조 요청의 느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첨벙 소리를 들었다는 장소와 최초 시신 발견자가 손씨의 시신을 발견한 장소는 같았다. 시신 발견 지점이 입수 예상 지점일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손씨 시신엔 운동화가 벗겨져 있었고 양말엔 진흙이 묻어 있었다. 해당 토양을 분석한 결과 수변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강바닥에 있는 토양과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근거로 하면 손씨가 운동화를 신고 진흙 속에 발이 빠진 뒤 안타까운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한 법의학자는 “통상 0.15%를 넘어가면 방향감각을 잃을 수 있다. 음주와 익사는 굉장히 연관성이 높다. 음주 이후 쇼크로 인해 익사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음주로 혈관이 확장된 상태에서 차가운 물에 빠질 경우 쇼크로 인해 익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날 방송에선 처음으로 친구 A씨의 가족이 직접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A씨의 가족은 방송에서 “자식을 잃은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나. 최대한으로 경찰 조사에 잘 임하면서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친인척 중 경찰 고위 관계자가 있냐는 물음에 A씨 가족은 “전혀 없다. 어디서부터 나왔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의 가족은 또 “정민이와 A는 친했던 친구”라며 “친구가 그렇게 됐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겠나. 우리도 정민이 아버지만큼 경찰 조사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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