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父, 목격자 ‘제보문자’ 공개…“경찰 발표와 달라”

입력 2021-05-29 21:36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고 손정민 씨의 아버지 손현 씨에게 카네이션 등 선물을 전달하는 모습. 오른쪽은 손현씨가 블로그에 공개한 목격자와의 문자. 연합뉴스, 손현씨 블로그

서울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아버지가 “‘오전 2시18분 사진’을 촬영한 목격자의 제보 내용과 경찰 브리핑이 다르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목격자가 유족 측에 먼저 제보한 뒤 같은 내용으로 경찰에 진술했는데, 경찰이 진술 내용을 다르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29일 블로그에 올린 ‘증인과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찰 발표에 이상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지난 27일 23쪽 분량의 수사 진행 상황을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는 총 7개 그룹의 목격자가 등장한다.

손현씨는 목격자 그룹 중 세 번째 그룹의 목격자 2명과 직접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분만 우리에게 직접 제보를 줬고 이후 경찰에 제보를 부탁했다. 두 분은 당일 구로경찰서로 가서 진술했다”며 “그런데 서울경찰청 브리핑을 보니 우리가 들었던 이야기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손현씨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유족 측과 연락했다. 손현씨는 당시 연락을 통해 목격자들이 정민씨의 실종 당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2시18분쯤 촬영한 사진을 입수했다. 사진에는 만취해 누워있는 정민씨와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친구 A씨의 모습이 담겼다.

정민씨와 친구 A씨를 사고 현장에서 보았다는 목격자 2명이 당일 오전 2시18분쯤 찍은 사진. 연합뉴스TV

손현씨는 사진을 찍은 장소를 직접 보기 위해 목격자들에게 다음 날인 12일 현장에서 만나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만남 직전 제보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한 뒤 목격자들에게 재확인차 문자를 보냈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블로그에 공개했다.

손현씨가 목격자와 나눈 대화. 손현씨 블로그

문자 내용에 따르면 목격자는 당일 오전 2시10분쯤부터 2시50분쯤까지 정민씨와 A씨를 지켜봤다. 처음에는 정민씨와 A씨가 ‘껴안듯 민망하게 겹쳐 누워 있어서’ 유심히 보게 됐다고 한다. 오전 2시15분쯤부터 A씨가 정민씨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후 정민씨를 일으키려 하더니 옆에 쪼그려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 봤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오전 2시50분쯤 정민씨와 A씨가 나란히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목격자는 손현씨가 이같이 정리해 보낸 문자 메시지에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건 손동작이 그렇게 보여서 주머니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며 “나머지 내용은 다 맞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서 오전 2시18분쯤 촬영된 사진과 관련, “사진을 제출한 목격자는 친구 A가 자고 있던 고 손정민 군 옆에서 짐을 챙기고 고 손정민 군을 흔들어 깨우는 장면이라고 진술함”이라고 적었다.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

손현씨는 경찰 브리핑 이후 목격자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 정확한 진술 내용을 물어봤다고 한다. 손현씨에게 경찰 자료를 전달받은 목격자는 “주머니를 뒤적인 게 깨우는 거라니 그건 전혀 깨우는 느낌이 아니었다”며 “저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또 “주머니를 뒤적거린 이유는 저도 잘 모르는데 저렇게 단정을 지어버리면 어떡하느냐”면서 “저는 정확하게 진술했는데 말이 좀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저와 문자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손현씨가 목격자와 나눈 대화. 손현씨 블로그

손현씨가 목격자와 나눈 대화. 손현씨 블로그

손현씨는 “목격자가 진술한 내용은 누워있는 정민이 위에 A가 겹쳐 누워 왼손으로 주머니 쪽을 뒤적거렸다는 것과 A가 일어나 옷을 입고 짐을 챙기고 정민이를 한 차례 깨우다 안 일어나니 혼자 쪼그려 앉아 휴대전화를 봤다는 것”이라며 “이후 A는 약 30분 동안 주위를 서성이다 정민이 옆에 누웠다고 한다”고 전했다.

손현씨는 이날 A씨 변호인이 발표한 2차 입장문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답할 내용은 없지만 읽다가 숨이 막히고 머리가 아파 끝까지 읽기 어려웠다”며 “댓글로 응징해주시니 굳이 제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또 경찰 브리핑 이후 아내가 정민씨의 꿈을 꿨다며 “아내는 어제 종일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참 답답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