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칭화대 졸업생이 보모를 겸하는 가정부 일을 하는 사실이 알려져 중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고 명문대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졸업생 A씨가 최근 상하이에 위치한 고급 가정부 파견 회사 홈페이지에 이력서를 올려 화제가 됐다고 29일 보도했다.
A씨는 이력서를 통해 2016년부터 보모 일을 해 왔다며 희망 월급으로 3만5000위안(약 610만원)가량을 받는 보모·가정부 자리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신이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며 요리를 잘한다는 소개도 덧붙였다.
파견 회사 측은 A씨가 이미 한 고객에게 예약된 상태라고 전했다.
칭화대 졸업생이 가정부로 일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네티즌은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가장 우수한 대학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사람들을 키워내는 곳”이라며 “가정교사를 하는 것은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우리는 어떤 직업의 귀천을 판단할 수 없다”며 “개인의 선택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온라인상의 논쟁과 달리 업계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분위기다. A씨와 같은 고학력자가 졸업 이후 가정부·보모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의외로 흔하다는 것이다.
파견 회사 관계자는 “A씨처럼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녀가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며 “우리는 이미 석사 학위를 가졌거나 해외 최우수 대학 졸업장을 가진 ‘이모’들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녀를 중국 내 국제학교로 보내는 부유층 학부모들이 이런 고학력 여성을 선호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날로 치열해져 가는 대졸자 구직 경쟁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지난 5년간 약 4000만명의 대졸자가 사회에 진출했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 마이코스에 따르면 2019년 대졸자의 평균 월급은 5440위안(95만원)에 불과했다.
한 네티즌은 “그녀는 보통의 보모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가정교사”라며 “나는 기업의 고급 관리직 수준보다 높은 월급을 받는 그녀가 부럽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