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공격성, 원인과 해법은 [개st상식]

입력 2021-05-30 10:06 수정 2021-05-30 10:06
견주는 반려견의 행동과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반려견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상황과 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Napolilaw

최근 개 물림 사건이 잇따르면서 개의 공격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사건은 무책임한 견주 탓에 벌어지지만 따가운 시선은 모든 반려견에게 꽂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에 이르는 만큼 반려인, 비반려인 모두 개의 공격성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공격성은 위험한 문제행동입니다. 미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는 보고서에서 “공격성은 그 원인을 파악하고 교육하기 까다롭다. 잘못 접근하면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얻는다”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ASPCA는 동물보호단체임에도 최악의 경우 안락사도 선택지에 넣었습니다. 행동 교육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개의 공격성을 행동학적으로 분석한 아메리칸캔넬클럽(AKC)와 ASPCA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합니다.

선 경고, 후 공격…단계별 신호 읽어야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은 경계심이 많고 방어적입니다. 하지만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인간과 상호작용을 경험하면서 공격성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공격성은 단계적으로 표출됩니다. 곧장 상대방을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개 회피 내지 ‘으르렁’ 경고음으로 시작합니다. 이후에도 불안요소가 사라지지 않으면 위협, 접근, 물기 등 공격 행동을 보입니다. AKC와 ASPCA는 개의 순차적 공격행위를 세 단계로 분류했습니다.

개의 공격성은 사전 경고에 이어 단계적으로 표출된다. K9OFMINE

첫째는 불안과 경계입니다. ▲입술 핥기 ▲으르렁거리는 소리 ▲이빨을 드러냄 ▲경직된 몸과 숨긴 꼬리 ▲튀어나올 듯 앞으로 숙인 상체 등이죠. 둘째는 약한 물기입니다. ▲주둥이로 위협적으로 쿡쿡 찌름 ▲상처를 남기지 않는 입질 등입니다. 더 악화하면 ▲짧은 시간에 반복해서 깨물기 ▲물고 흔들기 등 강한 공격성으로 넘어갑니다.

항상 이 순서를 따르지는 않지만, 사전경고 없이 무는 개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경고 신호만 알아도 물림 사고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공격성 타고난 품종도 있어, 주의해야

한때는 공격성이 유용하게 쓰인 품종들이 있습니다. 과거 사냥개, 경비견 등은 견주의 목적에 따라 투쟁심을 길러야 했죠. 조상들의 DNA에 남은 공격성이 오늘날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죠. ASPCA는 “통계를 보면 일부 견종이 물림 사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맹견사고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왼쪽사진)는 '목줄과 입마개가 없는 로트와일러에게 습격당했다. 그 견주는 도주했다'고 호소했다. 로트와일러(오른쪽)는 체중 60kg에 달하며 독일, 한국 등에서 맹견으로 분류된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때 칭찬받던 품성이 이제는 손가락질을 받으니 개 입장에서는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견종은 ▲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다섯 종입니다. 이 견종은 반드시 외출 시 입마개, 목줄을 착용하고, 거주 시설에는 철망 등 탈출 방지 장치를 해야 합니다.

동물 전문단체들은 공격적인 견종을 가급적 기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ASPCA는 “원하는 견종이 당신의 생활방식에 어울리는지 따져보라”면서 “온화한 견종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책”이라고 지적합니다. 사회화 교육의 효과를 인정하지만, 특정 견종의 타고난 공격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견해죠.

특정 상황에서 드러나는 공격성…전문가 상담 필요

공격적인 행동은 보통 1~3살 사이에 발생합니다. 생후 2~5개월의 결정적인 사회화 시기에 교육받지 못한 경우, 중성화하지 않은 수컷에게서 더 흔하다고 AKC는 분석합니다. 또한 개마다 공격성을 드러내는 특정한 상황이 있습니다. AKC의 전문가들은 가장 흔한 공격 상황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며,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음식, 간식, 장난감을 빼앗기는 상황
▲가족과의 거주지역에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경우
▲누군가 개를 껴안거나 들어 올리는 상황
▲손톱, 귀, 발 등을 만지거나 미용하는 상황
▲중성화하지 않아 발정기가 온 수컷
▲손을 얼굴 위로 치켜드는 경우
▲개를 공격하거나 큰소리를 지르는 경우


가장 쉬운 해결책은 공격적인 상황을 피하는 것입니다. 만약 반려견이 음식을 먹는 동안 공격적이라면, 그때만큼은 주변에 접근하지 말고 혼자 두는 식이죠. 개가 자신을 방어하려는 차원에서 나오는 방어적 공격성(defensive aggression)이라면 문제 상황을 파악해서 제거하면 됩니다.

애견미용, 낯선 사람의 방문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격적이라면 행동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안내에 따라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죠. 개의 행동을 고치는 것은 보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평소 싫어하던 상황을 좋아하도록 간식, 칭찬 등으로 보상하는 긍정강화(Positive Reinforcement)의 원리를 따릅니다. 또한 중성화 시술만으로도 영역 본능, 경계심 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