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마스크, 이 마스크 필터가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소재라는 것 알고 계신가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마스크는 67억장이 넘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만큼이나 마스크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한 상태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선 N95 필터와 성능이 같은 생분해 마스크 필터가 개발됐는데요.
연구를 진행한 한국화학연구원은 이 필터가 기존 마스크 필터의 단점을 보완한 데다, 기존 필터를 만드는 공정에서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주 [에코노트]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눈에 띄는 이번 연구결과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보려 합니다.
마스크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필터입니다. 마스크의 겉감, 안감, 귀걸이는 면 소재로 만들 수 있지만 필터는 플라스틱 빨대 소재와 같은 폴리 프로필렌으로 만들어져 자연적으로 분해되기 어렵죠.
시중 마스크의 90%는 정전기 필터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플라스틱 섬유 가닥을 교차시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정전기를 발생시켜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을 달라붙게 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정전기는 건조할 때 잘 일어나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합니다. 따라서 습기나 입김의 수분에 노출될수록 필터의 정전기 기능이 떨어집니다.
또 다른 마스크 필터 제조방법은 플라스틱 섬유 가닥을 교차시켜 그 사이의 공간을 빽빽하게 만들어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가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빈 공간이 좁은 만큼 통기성이 부족해 숨쉬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플라스틱인 PBS를 튼튼하게 보완한 다음, 이를 가느다란 나노 섬유와 마이크로 섬유 형태로 뽑아서 부직포를 만들었습니다. 이 부직포를 자연에서 추출한 키토산 나노위스커(키토산을 나노입자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 소재)로 코팅하면 최종 필터가 완성됩니다.
이 필터는 기존의 정전기 방식과 다르게 바이러스나 미세먼지(음전하)를 키토산(양전하)이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원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습기에 강하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 양전하 방식이기 때문에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고요. 마스크 착용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KF94 마스크보다 호흡이 편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이겠죠. 이 마스크 필터는 퇴비화 조건에 맞는 토양에서 28일 내에 생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이 마스크 필터 기술은 국내에서 보유한 기술을 응용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특허에 가깝다”며 “향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많은 기업이 제품화에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국내에는 아직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매립할 수 있는 전용 매립장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연구팀은 현재 필터 외에도 콧대 고정 철사, 마스크 풀림 방지 연결고리, 고무줄 등 마스크의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이 고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튼튼하고, 저렴하고, 잘 썩는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경쟁하고 있는데요.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놀라운 기술들을 일상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봅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