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총리, “애매한 답변에 국민 불만” 지적에도 동문서답

입력 2021-05-29 10:22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 조치를 연장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을 반복하는 데 대해 현지 기자에게 ‘돌직구’를 맞았다. 그럼에도 스가 총리는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도 질문과 관계 없이 준비된 원고만 읽는 모습을 보였다.

29일 일본 총리관저에 따르면 코로나19 긴급사태 연장 결정을 계기로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니치(中日)신문 기자는 스가 총리에게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어느 정도 수준이면 올림픽을 개최하는지 혹은 취소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총리의 답변이 질문 취지와 어긋나거나 애매한 것이 많아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이 불만을 느낀다”고 지적하며 “명확히 답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간 스가 총리는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준비된 원고를 참고해 질문 취지와 어긋나는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동문서답하며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기자가 공영방송 NHK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스가 총리를 공개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이같은 지적을 받았음에도 스가 총리는 여전히 동떨어진 답변을 했다. 그는 올림픽 개최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명확히 대답하는 대신 입국자 수 축소, 백신 접종, 입국자 동선 및 일반인 접촉 제한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가 마련한 3가지 방역 대책을 길게 설명했다.

지난 28일 일본 중부 나고야의 쇼핑거리를 행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걸어가고 있다. 나고야 교도/AP=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도쿄 등 9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긴급사태를 다음달 20일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굳은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선 기자의 질문에도 올림픽 개최 또는 취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놓기보단 정부가 마련한 방역지침을 설명함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든 올림픽은 개최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해당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해) 많은 분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 목소리를 확실히 들어가며 관계자들과 협력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방일하는 대회 관계자 수를 당초 18만명에서 7만8000명 선으로 절반 이하로 감축하고, 참가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확인 검사를 철저히 하는 등의 방역 대책을 밝혔다. 또 해외에서 들어오는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이 일본 국민과 섞이지 않도록 활동을 제한할 방침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은 국내외에서 거세지는 올림픽 취소론을 일축하며 대회 개최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회견에 앞서 진행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도 스가 총리는 도쿄올림픽 개최 결의를 밝혔고, 존슨 총리는 이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