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개물림 사고, ‘살인견’은 어떻게 해야하나?

입력 2021-05-29 05:48
경기 남양주시 대형견 습격 사망사건 현장에서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이 행동반경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개에 물려 사람이 죽었다. 지난 22일 오후 3시25분쯤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 야산 입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50대 여성이 크기가 1.5m에 달하는 대형견과 3분 넘게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개는 ‘남양주 살인견’이란 오명으로 불렸고, 대중은 ‘살인견’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에 집중했다. 이례적인 집중에 사람을 죽인 동물을 안락사해왔던 지자체도 결정을 미루고 주춤거렸다.

이번 사건에 관한 관심과 별개로 ‘개 물림 사고’는 꾸준히 있어왔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매년 2000건이 넘는 개 물림 사고가 5년째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6건의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특히 날씨가 좋아지는 5~8월엔 야외활동이 증가해 한 달에 200건 이상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법 처벌 안 돼, 형법은 입증 필요
남양주소방서 제공 사진 가공

남양주 경찰은 ‘개 주인 찾기’에 나섰다. 현행법상 반려견은 ‘물건’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면 우선 개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주인을 찾아낸다 해도 개에 대한 처벌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물보호법상 견주가 목줄 착용 등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경우 각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개에 대해선 동물보호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제2호는 소유자 등이 등록대상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 안전조치의무를 하지 않았거나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안전조치의무를 하지 않아서 사람이 사망에 이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되는 종은 다섯 가지다.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난 25일 남양주경찰서는 해당 대형견이 법상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 풍산개와 사모예드 잡종에 가깝다는 전문가 소견을 받았다. 이는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맹견이 아닌 개의 경우 등록대상 동물로서 소유자 등과 동반하고 외출할 때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경우 개가 소유자와 동반해 외출한 상황이 아니다. 즉 소유자가 목줄 착용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처벌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형법상 처벌이 가능할까? 개 물림 사고에 주로 적용되는 조항은 형법 제266조의 과실치상과 267조의 과실치사다.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범죄 처벌법상으로는 제3조에서 ‘위험한 동물의 관리 소홀’ 항목을 두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사람의 최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형법상 과실치사로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며 “다만 과실치사를 적용하려면 견주가 이 개로 인해 사망사고가 날 수 있었다는 점을 예견하고도 관리 하지 않았다는 인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인과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이나 형법상 규정 등으로 견주를 형사 고소하는 방법 이외에도 피해자는 견주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민법 제759조에서는 동물 점유자의 책임 규정이 있어, 동물의 점유자가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제때 하지 않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주 살인견, 안락사 해야 하나?
국민일보DB

남양주시 개 물림 사고가 알려지면서 문제의 개를 안락사 시켜야할지를 놓고 찬반이 달아올랐다.

현행법상 개에 대한 안락사와 같은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그러나 사건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상에서는 안락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해당 개의 경우 강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누리꾼들은 “사람 무는 개는 또 문다. 무조건 감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입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문가들도 알 거다. 안타깝지만 안락사 시키는 게 맞다” “사람을 해친 개를 살려두어야 하나. 이건 아닌 것 같다” “개 물림으로 죽임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 피해 가족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가 무슨 잘못인가?” “개를 함부로 버린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안락사시키지 말고 입양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지자체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남양주시는 사고견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안락사를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락사 여부가 쟁점이 되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원인 조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다. 한 누리꾼은 “정황상 개농장에서 탈출한 개로 추정이 되면 먼저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일단 개가 죄다 잘못한 것이고 개가 물었으니 안락사시켜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A 동물권 단체 관계자는 “남양주시 사고와 관련해서는 해당 개가 목줄을 찬 흔적이 보인다”며 “목줄 주위의 변색 등을 보면 동물이 공격적으로 되는 사육환경에 놓여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락사 논의에 앞서 비인도적인 사육방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문제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진단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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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물림 사고 예방책으로는 먼저 동물 등록범위 확대가 언급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명목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등록대상 동물은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나 펫숍에서 판매하는 개들이다. 즉 경비를 목적으로 하는 공장이나 시골에 사는 일명 ‘마당개’들은 동물등록을 하지 않는다. 또 중·대형견이 대다수인 개농장이나 보호소 개들에 대해서도 동물등록 의무가 없다.

전문가들은 ‘입마개를 하는 개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입마개를 하도록 규정한 맹견의 범위가 제한적이란 것이다.

한국애견훈련학교 조성진(55) 대표는 “입마개를 하는 개의 범위를 지금보다 넓힐 필요가 있다”며 “현재 법제화된 맹견 품종만으로는 사고 예방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반려견 훈련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다”며 “공격성이 있는 개들의 경우 입마개뿐 아니라 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품종이 아니라 개체별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작년 초에 발표한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 예방책으로 기질 평가 방안 체계의 도입을 2022년으로 예정하고 있다. 기질 평가란 개 물림 사고를 일으키거나 다른 사람을 위협한 위험한 개의 공격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평가를 통해 입마개·훈련 이수·안락사·소유자의 소유권 제한 등 의무를 부과한다.

조 대표는 “이제는 품종이 아니라 개체별 기질 평가를 통해 위험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맹견이 아니라도 이상행동을 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개는 사람을 물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연·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