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백구의 운명 바꾼, 3개월 임시보호 [개st하우스]

입력 2021-05-29 09:35 수정 2021-05-29 09:35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요" 지난해 11월, 안락사를 앞둔 유기견 33마리가 시민 봉사자들의 가정에서 3개월 시한부 임시보호를 받았다. 이 도움으로 32마리가 입양에 성공했다.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 제공

이렇게 유기견으로 견생을 끝맺는 걸까요. 이곳은 경기도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 서울과 경기도 인근에서 포획된 유기견이 입소하는 곳입니다. 지난해 11월, 보호소에서는 강아지 33마리가 안락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는 인터넷 포털과 SNS에 한 마디 부탁을 남겼습니다. 생후 2개월된 막내 백구 모찌와 그 친구들의 삶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린 그 한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입양은 한 마리의 견생을 완전히 뒤바꾸는 사건입니다"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가 직접 구조한 유기견들을 바라보고 있다.



“3개월만 안아주세요”…90일 임보 프로젝트의 시작

사연의 주인공은 동물구조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의 대표, ‘뚱이 아저씨’ 황동열씨였어요. 그는 33마리의 유기견을 살리기 위한 기획을 생각해냈습니다.

유기견 안락사의 가장 큰 원인인 수용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3명의 가정 임시보호(임보) 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이었죠. 시민들이 3개월 동안 안락사를 막아주면, 그 사이에 입양자 혹은 임보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단기 임보 프로젝트에 공지된 33마리 중 일부. 보호소 입소 이후 단 한번도 입양 문의가 없던 믹스견 위주로 구조됐다. 가운데가 이번 사연의 주인공, 백구 모찌의 당시 모습. 팅커벨 프로젝트

“33명의 시민을 모집합니다. 위기의 강아지를 3개월만 안아주세요.”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어요. ‘한 마리도 아니고 33마리를 한번에 구조한다고?’ ‘이후 입양은 어떻게 보낼래?’ ‘임보자와 강아지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래?’ 실제로 유기견 임시보호 프로젝트는 수년 전 한 지방정부와 동물보호단체 연합 사이에서 논의됐지만 앞서 지적된 문제들 때문에 좌초한 적이 있거든요.

"꼭 가족 만나게 해줄게!" 뚱이 아저씨가 직접 구조한 유기견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기획이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도중에 포기하지 않을 성실한 임보자를 모으는 것이었어요. 총 지원자 70명 가운데 33명을 추리기 위해 뚱이 아저씨는 한달 동안 밤낮없이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어요. 임시보호 가정이 개들의 문제행동을 호소하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했어요. 예컨대 잦은 짖음을 해결하는 법부터 배변 훈련과 사회화교육 등의 방법을 전수해야 했죠. 뚱 아저씨는 반려동물 행동교정사를 섭외해서 필요하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가정방문 상담을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조언을 줬습니다.

자신의 삶을 갈아 넣은 헌신 덕분일까요. 뚱 아저씨의 무모한 도전은 한 마리의 낙오도 없이 33마리 전부 3개월 임보를 마치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답니다.

3개월 단기임보 프로젝트 덕분에 목숨을 구한 30여 마리의 유기동물들. 2번째 줄 5번째가 유일하게 입양가지 못한 백구, 모찌이다. 팅커벨 프로젝트 제공

게다가 33마리 가운데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입양에 성공하거나 입양을 앞두고 있어요. 다들 기적이라고 했지만, 사실 여기에는 뚱이 아저씨의 노림수가 숨어 있었는데요. 함께 살면 미운정 고운정 든다고, 대부분의 입양은 임보자들이 했거든요. 뚱이 아저씨는 33마리를 임보 보내며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거죠.

이 성공을 발판 삼아 팅커벨 프로젝트의 단기임보 체험은 시즌2를 맞이했습니다. 유기견의 평생을 안아줄 수는 없지만 3개월 단기 임시보호에 도전하고 싶다면 포털 사이트에 ‘팅커벨 프로젝트’를 검색해주세요.

"매순간 행복했어"…70일간의 임보 일기

새하얀 찹쌀떡처럼 앙증맞은 이 백구의 이름은 ‘모찌’랍니다. 2개월 백구 모찌는 33마리 가운데 막내둥이인데, 유일하게 가족을 만나지 못한 아쉬운 아이에요.

모찌의 임보자, 최윤미(39)씨는 남편이 직업군인이라 자주 이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쉽게도 임보기간이 종료된 뒤 모찌를 입양할 수 없었죠. 윤미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찌는 참 순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혹여 버림받은 것으로 생각할까봐 미안하다”며 울먹였습니다. 하지만 울지 마세요. 윤미씨의 임보 덕분에 모찌는 소중한 현재를 맞이할 수 있었으니까요.
팅커벨 프로젝트의 단기임보 프로그램 덕분에 목숨을 구한 2개월령 백구, 모찌. 팅커벨 프로젝트

모찌는 사회화의 결정적인 시기, 생후 2~5개월간 임보자의 품에서 듬뿍 사랑을 받았다. 제보자 제공

윤미씨의 가족은 팅커벨 프로젝트 인터넷 카페에 매일 모찌의 임보일기를 썼습니다. 70일의 기록에는 생애 첫 유기견을 품에 안은 설렘과 사랑이 가득한데요. 폭풍성장하는 모찌의 하루하루를 살펴보겠습니다.

-1일차: 모찌가 집에 도착했어요! ^^
-7일차: 첫 산책날! 예방접종을 못해 안고 다녔어요. 새소리, 사람 소리에 귀가 쫑긋하네요.
-17일차: 지난주보다 1kg이 늘어 3.9kg이 된 모찌!! 요즘 밥을 잘 먹는다 싶더니^^.
-25일차: 요즘은 코 골면서 잘 자네요.
-30일차: 두다리가 덜덜덜…계단오르기, 드디어 성공했어요. 기특한 우리 모찌~!!
-50일차: 산책줄을 채우자마자 현관에서 계속 기다리네요.
-58일차: 앞니가 빠졌어요~ 모찌~ 유치 빠진 거 축하해~!

제보자 제공

"옛다 손! 간식 먹기 힘드네~" 사회화 교육을 받는 모찌 모습. 제보자 제공

그리고 다가온 이별의 순간. 모찌가 임보자의 품에서 위탁처로 떠난 마지막 날의 기록이에요.

-70일차: 모찌야. 입양센터에서 갑자기 많은 친구들이 생겨서 혼란스럽지? 그동안 너무 고맙고 정말 네가 있어 매 순간 그냥 다 좋았어. 더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별은 너무나 슬프고 어려운 일이구나. 모찌는요. 참 순하고 활발한 아이에요. 강아지와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짖지 않고 잘 놀아요. 엄마가 늦잠을 자면 곁에 와서 지긋이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좋은 가족을 만나 남은 견생 동안 꽃길 걷기를 기도할게. 모찌야.

국민일보는 지난 26일 경기도 양주의 위탁보호처에서 지내고 있는 모찌를 만났어요. 성격이 형성되는 개린이(개+어린이를 뜻하는 인터넷 유행어) 시절, 사랑을 듬뿍 받은 덕분일까요. 3살 어린이가 건네는 간식도 얌전히 받아먹을 만큼 사회성이 훌륭했습니다.

"저 드라이브 좋아해요" 차량에 탑승한 모찌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저 산책 매너도 좋아요^^" 산책 매너가 좋은 모찌는 보호자를 끌고 다니지 않았다.

"푹신해서 웃음이 나" 뚱이 아저씨 품에 안겨 미소 짓는 백구 모찌.

취재진이 반가운지 식빵 같은 궁둥이를 덩실덩실 흔들면서 산책하는 모찌, 왕 크니까 왕 귀엽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백구랍니다. 유기견 입양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기사 하단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함께한 매 순간이 행복했어" 백구 모찌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생후 8개월, 중성화 암컷
-진돗개와 리트리버 믹스견
-체중 17kg, 다 자라면 20kg 예상
-간식보다 장난감을 좋아함. 동물과 사람에게 사회성이 뛰어남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tinkerbell0102@hanmail.net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