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을 보는 대구의 시선… 보수 변화의 가늠자

입력 2021-05-29 06:00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이 차기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을 1위로 통과했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는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는데 컷오프에서 이준석 돌풍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보수 정치의 기반인 대구는 이준석 돌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구시민들은 국민의힘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바닥까지 내려간 보수 정당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원인 곽모(53)씨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후보들이 다 옛날 사람들이라 이 전 최고위원이 그나마 더 낫다”며 “원내대표는 중진이 뽑혔으니 당대표는 젊은 세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젊은 세대와 구세대가 융합하면 개혁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도개혁 이미지는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상인 이호선(50)씨도 긍정적으로 봤다. “이 전 최고위원이 나이는 젊어도 정치 경력이 짧지 않아 추진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국민의힘은 지금 물갈이를 해야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원 박모(36)씨는 “30대 후보의 컷오프 1위는 보수에서도 세대교체가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 인정한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실제로 당대표가 되면 보수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을 새로운 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IT 직종에 근무하는 한동균(43)씨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보수당에서 보여줬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현상이라 놀랍다”면서도 “30대 정치인 한 명으로 보수당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 전 최고위원이 새로운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 젊은 정치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구 동구에 사는 전모(75·여)씨는 “30대 당대표가 거대 보수정당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나이가 많은 의원들이 많이 도와줘야 되는데 잘 섞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부모가 화교라는 논란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이 “우리 부모님은 대구 출신”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한 개그맨이 “대구보다 화교가 낫지 않냐”고 말해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개그맨의 망언과 대비되는 이 전 최고의원의 대처를 두고 우호적인 시선이 늘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8일에도 대구를 찾아와 기자간담회를 하는 등 대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는 국민의힘의 텃밭이었지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태로 당의 신뢰도와 능력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었다. 또 최근에는 부산 가덕도 공항 문제와 관련, 대구의 반대 여론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가덕도 공항을 지지하거나 침묵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대구의 표심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뿐 아니라 보수 변화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