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고점을 찍고 시작된 암호화폐(가상화폐) 하락장에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를 ‘돈 복사’라고 부르며 비투자자들을 조롱하던 이들이 이제는 “제발 원금만이라도 찾게 해달라”며 한숨을 내뱉고 있다.
28일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14일 사상 최고가인 8199만4000원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변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날 6만3503.46달러의 신고가를 찍은 뒤 내림세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국내에서 비트코인은 44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고점 대비 45%가량 빠진 가격이다.
비트코인 시세를 더 민감하게 추종하는 알트코인들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도지코인(-58%), 이더리움클래식(-60%), 폴리매쓰(-70%) 등 종목들은 고점 대비 반 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
이같은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시장의 하락 방식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달부터 6주 넘게 단순 하락장이 아닌 ‘계단식 하락’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해서 하락을 거듭하다 짧게 기술적 반등을 이루고, 다시 하락을 이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이미 ‘코인 대박’ 신화에 눈이 먼 일부 투자자들은 반등세를 확인하자마자 매수에 열을 올린다. 특히 투심이 극에 달했던 지난 3~4월 상승장에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코린이’들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한 제약사 직원은 비트코인 가격이 소폭 오른 지난 24일 “봐라, 결국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서지 않았느냐”며 “손절매만 안 하면 무조건 돈을 번다”라고 적었다. 한 공기업 직원은 “이제 진짜 반등세가 왔다. 돈을 공짜로 벌게 해준다는데 왜 사지를 않느냐”면서 “상승장이 왔는데 매수하지 않는 건 바보”라고 말했다.
반면 짧은 반등 후 다시 하락이 이어지면 투자 커뮤니티에는 “아직도 –30% 손실 중이다” “원금만 찾으면 다시는 코인판에 들어오지 않겠다” “3개월 치 월급이 날아갔다”는 식의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처럼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를 못 버린 개인 투자자들이 잠깐의 반등장에서 매수에 나서고 고점에 물리며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락을 이어가던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이것을 상승 추세 전환으로 확신하고 진입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투자 방법”이라고 경고했다. 암호화폐에는 가치나 추세를 판단할 수 있는 실적, 이윤 등 지표가 없는 만큼 순전히 운에 기대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어 “실적이나 이윤 등 가치평가의 기준이 존재하는 기업의 주가조차도 기술적 반등인지 상승추세로의 전환인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암호화폐는 그런 기준이 없으니 순전히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로 시세가 움직인다. 반등 상황에서 시장이 상승세를 탈지 아니면 잠시 반등 후 다시 하락할지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동전 던지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