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시할 2022회계연도 예산안 규모가 6조 달러(약 6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막대한 지출을 메꿀 재원은 부유층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영구 증세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인프라 투자와 보건·복지 등 사업 비용을 포함한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 언론들은 오는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의 예산을 반영하는 이번 예산안으로 향후 10여년간 연방정부의 연간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WSJ는 오는 2031년까지 정부 지출은 연간 8조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간 재정 적자는 향후 10년간 1조30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도 올해 100%에서 117%까지 수직 상승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정부 지출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을 2022회계연도 예산안은 새 행정부 수립 후 지난 몇 달간 거론돼온 정책을 위한 비용을 모두 포함했다. 인프라 사업에 2조2500억 달러, 보건복지 분야에는 1조8000억 달러가 책정됐다.
국방예산도 7150억 달러로 2021회계연도 예산에서 1.7% 늘어났다. 병력 준비태세와 핵전력, 우주군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기 위한 ‘태평양억지구상’(PDI)도 투자 목록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억지를 위한 핵전력 현대화와 미래 전력 개발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재원은 증세를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증세(sharply higher taxes)를 통해 15년에 걸쳐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월가의 우려와 달리 급속한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으로 미 정부는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 인상이 연간 2.3%를 넘지 않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을 예산안은 일시적인 정부지출 확대와 영구적인 증세 계획이 근간”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추가 재원이 정부 지출을 모두 상쇄하게 되는, 금융적 측면에서 매우 책임감 있는 프로그램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예산안을 지출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들어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예산안 통과를 두고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