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들의 인권침해와 처우개선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는 가운데 “훈련병뿐 아니라 조교 인권도 신경 써 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지난 26일 자신을 육군훈련소 조교라고 밝힌 A씨가 보낸 제보 편지가 올라왔다.
A씨는 훈련소 내 인권 문제가 주목받으면서 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의 처우는 개선됐지만, 정작 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조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육군훈련소는 중대당 240명가량의 훈련병이 배치된다. 그러나 조교는 적을 땐 4명에 불과하다. 그는 “200명 넘는 훈련병들의 끼니마다 식사를 막사로 운반하고, 동선이 겹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 화장실 이용을 생활관별로 통제하고, 매 시설물을 1개 생활관이 이용할 때마다 소독해주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식사 시 정량 배식을 위한 반찬 저울질 △훈련병 고충 청취 △훈련병 진료 시 통솔 △충성클럽(PX)·전화·세탁·적금 신청 등 안내 △신체·혈액·인성 검사 등의 업무 등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과를) 다 마치면 22시가 넘어 씻고 23시가 돼야 잠든다”며 “다음날 훈련병들 일과와 격리통제를 위해 일어나서 오전 6시까지 준비를 하고 방호복을 입고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는 하루 17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조교들은 훈련병 통제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A씨는 “훈련병들 휴식을 보장해준다며 일과가 끝난 이후에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들도 못 한다”며 “훈련병들은 누워서 놀고 떠들고 조교들은 그런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또 “이젠 일과시간에 누워있어도 된다는 통제(지시)로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가든 말든 누워 있고, 조교들이 있어도 소리를 질러대며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들이 태반”이라며 “훈련병들에게 윽박도 지르지 말라고 하고 이런 상황을 훈련병들도 알고 들어와 악용해 조교들이 통제하기가 힘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제는 흡연까지 허용하게 한다니 조교들의 인권은 조금도 신경 써주지 않으면서 훈련병들 눈치 보기 바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훈련병 풀어줘 놓고 통제가 안 되면 조교 탓으로 돌리고, 혼나는 것은 결국 조교들”이라며 “누군가 책임감을 갖고 통제하는 건 맞지만 정말 책임감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했다.
A씨는 “조교들도 사람이니 훈련병 생각하는 것 반만이라도 조교 인권도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육군훈련소는 28일 육군훈련소 조교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해 “훈련병을 포함한 훈련소 전 장병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훈련소 측은 “육군훈련소장이 조교(분대장)들을 대상으로 개선안 검토 경과에 대한 설명과 조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고를 격려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훈련소 전 구성원의 의지를 결집해 더 강하고 좋은 훈련소를 만들어 정예신병 육성이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