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 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22)씨의 아버지가 전날 경찰 브리핑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찰 측에서 밝힌 주요 의혹별 질의응답에 조목조목 의문을 제기하며 “(브리핑을 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정민이와 나를 미워하고 친구 A씨의 변호인만 사랑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28일 블로그에 ‘경찰 발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손씨의 입수 경위,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 등 대부분의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전날 중간 수사 브리핑을 열고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이 담긴 자료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총 23쪽에 달하는 내용이다.
손현씨는 우선 손씨와 A씨가 ‘평소 함께 술을 마시며 여행을 간 사이’였다는 경찰 발표에 “친한 사이였지만 지난해부터 A씨가 몸을 만드는 이유로, 본과 들어온 뒤에는 시험에 집중하느라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고 단둘이서는 더더욱 없다”며 “왜 갑자기 안 마시던 술을, 그것도 한밤중에가 궁금한 것”이라고 했다.
뒤바뀐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경찰은 손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귀가했던 A씨가 다음 날 새 휴대전화를 마련한 것에 대해 “집에 있던 휴대전화 공기계를 이용해 새 번호로 개통해 사용 중이라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손현씨는 이와 관련, “의혹은 왜 찾아보려고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냐는 것이지 하루 만에 개통한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손씨가 물을 무서워했다는 유족 측 입장과 달리 과거 물놀이를 하는 영상을 입수했다는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이럴까 봐 앞선 입장문에서 해외에서 스노클링 한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물놀이를 했다고 13도의 한강 물에 들어간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손현씨는 “그 논리대로라면 수영장에 한 번이라도 간 사람은 누구나 13도의 더러운 한강 물에 옷을 입고 새벽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손씨의 양말에 부착된 흙이 강가에서 10m 정도 떨어진 흙과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에 대해서는 “강바닥을 안 밟았다고 한 적 없다. 어쨌든 정민이는 익사니까 끌려가든 걸어가든 강바닥을 밟았을 것”이라며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가 궁금한 건데 동문서답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A씨가 귀가 당시 탑승했던 택시의 기사가 “내부를 세차할 때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라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도 “물속에 들어간 것을 확인해줄 (A씨의) 신발을 (A씨 측이) 버렸는데 그 이야긴 쏙 빼고 택시 세차 이야기만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손씨가 실종된 당일 수영하듯 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입수자를 봤고, 해당 입수자가 ‘시원하다’는 듯 소리를 냈다는 낚시꾼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경찰이 (목격자들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까지 했다는데 (낚시꾼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그분들이 봤다는 게 정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몇분간 목격했는지, 정말 소리가 났는지 알 수 없다”며 “13도의 더러운 물에서 시원하다고 소리를 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믿어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손현씨는 “결정적인 A씨의 신발과 티는 사건 이틀 만에 버렸다는데 전혀 의혹을 갖거나 수사한다는 이야기가 없다”면서 “(참고인 조사 때도) A씨는 중요한 부분에 대해 다 술 먹고 기억이 안 난다고만 하는데 이게 경찰 수사에 협조적인 거냐”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중간 브리핑에서 손씨의 사망 경위와 관련해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혐의점이 발견됐다면 그 즉시 피의자로 입건돼야 하지만 아직 피의자로 전환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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