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배웠다’ 한국 여자배구, 일본에 셧아웃 패배

입력 2021-05-27 21:36 수정 2021-05-27 22:19
태국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일본 선수들. FIVB 홈페이지 캡처

일본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 수 배웠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7일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세 번째 일본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3(18-25 18-25 25-27)으로 셧아웃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승 2패째를 기록했다. 태국을 이겼을 뿐,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에 모두 패했다. 일본은 태국부터 한국까지 모든 경기를 ‘무실세트’로 잡아내는 완벽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2019 VNL까지 최근 경기에서 한국에 패했을 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일본은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의 완성형에 가까웠다. 서브·리시브 등 기본기가 한국보다 훨씬 탄탄했다. 예측 가능한 한국의 느린 오픈 공격에 비해 좌우와 중앙, 후위 어느 쪽으로든 빠르게 올라가는 일본 세터의 토스 질, 그리고 이를 마무리 짓는 일본 공격수들의 다채로운 공격은 확실히 격이 높았다. 주전 선수가 다수 바뀐 한국은 그런 일본에 맞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손발을 맞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한국은 김연경이 11득점에 그쳤고, 이소영(10득점) 양효진(9득점) 박정아(7득점)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일본은 고가 사리나가 20득점 고지에 오른 걸 비롯해 이시카와 마유(18득점) 구로고 아이(10득점) 오쿠무라 마이(10득점)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중국전에서 최다 득점을 올린 일본 레프트 이시카와 마유. 키가 173cm에 불과하다. FIVB 홈페이지 캡처

1세트 일본은 빠른 스윙을 통한 공격으로 한국을 흔들었다. 세트 초반 리시브와 블로킹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한국은 리드를 잃었다. 하지만 김연경과 박정아가 상대 블로커들을 제대로 공략한 공격을 연거푸 성공시켰고, 이소영과 김연경의 끈질긴 수비가 받쳐주면서 일본과의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일본의 기본기는 너무 견고했다. 리시버의 정확한 리시브, 세터의 강하고 속도감 있는 토스가 빠른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한국과 격차를 벌렸다. 결국 한국은 첫 세트를 일본에 내줬다.

2세트 일본은 강서브로 한국을 공략했다. 범실로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대세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리시브부터 공격까지 모든 과정이 한국에 비해 확실히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 나오는 한 두 번의 실수였다. 한국 선수들은 다양하게 날아오는 일본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결국 2세트도 내줬다.

3세트 한국도 강서브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소영이 강서브로 일본 리시브를 흔들었고, 양효진의 블로킹 득점도 터졌다. 세터 김다인도 보다 다채롭고 과감한 토스로 공격을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묶여있던 김연경의 공격도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잡은 한국은 일본과 수차례 긴 랠리를 이어가며 한 세트라도 따내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23-23에서 이소영의 강력한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24점 고지에 먼저 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이 너무 강했다. 두 차례 듀스 접전 끝에 3세트 만에 한국을 무릎 꿇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