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사모펀드에 팔린다…3107억원에 오너 일가 주식 매각

입력 2021-05-27 19:25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의 퇴진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이 국내 사모펀드(PEF)에 팔린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포함해 가족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했다. 1964년 창사한 남양유업은 57년 만에 오너 일가와 완전히 결별하게 됐다.

남양유업은 27일 최대주주인 홍원식 외 2명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을 전부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한앤컴퍼니로 넘어가는 주식은 37만8938주이고,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남양유업 지분의 51.68%는 홍 전 회장이 보유 중이고, 오너 일가 지분을 합치면 53.08%에 이른다. 대금 지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8월 31일 전에 마무리돼야 한다. 주식 양도 대금 지급이 마무리되면 남양유업 최대주주는 한앤컴퍼니로 변동된다.

홍 전 회장은 지난 4일 수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효과‘라는 검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게 결정적 사건이었다. 전국민에게 민감한 코로나19를 건드리면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고, 불가리스 사태로 제품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등 법적 처분까지 받게 됐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에서 손을 뗀 뒤에도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남양유업이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전후로 경쟁사 비방, 홍 전 회장의 조카 황하나씨의 마약 범죄 사건 등 악재가 끊이지 않으며 오너 일가 책임론이 거론돼 왔다.

홍 전 회장 아들인 홍진석 전 상무 등 일가 2명은 지난 17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이후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주주 지분 구조 변동을 포함해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심 도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감독 기능 강화와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기반 매물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다. 웅진식품, SK해운 등 제조·해운·유통·호텔 분야에서 25건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했다. 자산 규모는 24조2000억원, 계열사 매출은 13조3000억원, 고용인력은 약 3만명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