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에 충성하는 친중 인사들만 공직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이 27일 홍콩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홍콩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은 더욱 극대화될 전망이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는 이날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3차례 심사를 마치고 표결에 부쳐 찬성 40표, 반대 2표로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홍콩 입법회는 민주진영 의원들의 자격 박탈과 이에 반발한 집단 사퇴로 이미 친중 의원들만 남은 상태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개편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 “선거법 개정 작업이 두 달 안에 신속하게 마무리돼 기쁘다”며 “이로써 입법기관에 반중 세력은 사라지고 애국자만 남게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거제 개편은 반중 세력이 입법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홍콩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작업이었다”며 “일부 외국 정치인과 매체는 반대파 탄압을 위한 것이라고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선거제 개편 작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는 원칙을 강조한 이후 착착 진행됐다.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3월 개편안 초안을 의결했고 이후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세부 사항을 결정해 통과시켰다. 전인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 표결 과정에서 반대는 단 한 표도 나오지 않았다. 이어 홍콩 입법회가 이날 선거제 개편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앞으로 홍콩에선 후보자격심사위원회가 행정장관 후보와 입법회 의원 후보 자격을 심사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격심사위 결정에 대해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수는 1200명에서 1500명으로, 입법회 의석은 70석에서 90석으로 늘어난다. 친중 인사들이 공직에 더 많이 진출하도록 의석 수가 설계됐다.
홍콩 차기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거일은 오는 9월 19일로 확정됐다. 입법회 선거는 12월 19일, 행정장관 선거는 내년 3월 27일에 열린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