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옷에 혈흔 없고, 범죄 정황 발견 안돼” 경찰, 불신 진화

입력 2021-05-27 18:10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제2서경마루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범죄와 연관됐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찰이 손씨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 수사 상황을 둘러싸고 갖은 억측과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정면 돌파에 나선 모양새다.

서울경찰청이 27일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한원횡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으니 경찰 수사를 믿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23쪽 분량의 수사 진행사항 문서를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손씨 실종 당일 동석했던 친구 A씨와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손씨 부검 결과를 토대로 “현재로선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씨 몸과 옷가지 등에서 타인의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고, 친구 A씨가 착용한 대학교 점퍼, 반바지, 가방에서도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손씨의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국과수 소견이 나온 만큼 익사에 이르게 된 경위에 초점을 두고 손씨 사망 전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다만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손씨와 A씨의 행적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해명했다. 친구 A씨가 제3자와 함께 술에 취한 손씨를 한강으로 끌고 가 빠뜨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앞서 한 유튜브 채널은 “손씨 실종 당일 반포나들목 CCTV에 찍힌 오전 4시23분 장면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누군가를 부축해 옮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 영상에 찍힌 2명의 신원을 확인했고, 둘 중 한 사람이 돗자리를 터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 모습을 (누군가를 빠뜨리는 걸로)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 역시 함께 한강에 입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새로운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은 “A씨 귀가 당시 탑승했던 택시의 기사는 ‘A씨의 옷이 젖어 있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운행을 마치고 내부 세차를 할 때 차량 뒷좌석이 젖어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 낚시꾼 7명 중 5명이 오전 4시40분쯤 “수영하듯 한강으로 들어간 남성을 봤다”는 진술을 공개했다. 다만 이들이 본 남성과 손씨가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신원 특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손씨가 실종된) 지난달 24~25일 서울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63명을 조사한 결과 (입수 남성과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에 따르면 손씨 양말에 묻은 흙과 강가에서 10m 떨어진 지점의 수중에서 채취한 토양의 원소 조성비는 표준편차 범위 내에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 A씨와 가족에 대한 수사가 늦게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A씨 측은) 경찰이 요구한 사안에 대해 다 동의했고 휴대전화, 노트북, 차량 블랙박스를 포렌식하고 주거지 주변 CCTV 분석, 집안 수색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