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모유 수유하다 폭행…분노한 프랑스 엄마들

입력 2021-05-29 08:25
프랑스 엄마들이 거리에서 수유하다 폭행을 당한 여성의 사연에 분노해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하는 장면을 SNS에 올려 연대의 뜻을 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프랑스 엄마들이 거리에서 수유하다 폭행을 당한 여성의 사연에 분노했다. SNS에는 피해 여성인 ‘마일리스를 지지한다’는 해시태그(#soutienamaylis)를 포함한 채 공공장소에서 젖을 물리는 모습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스채널 BFM과 RFI 라디오에 따르면 지난 18일 보르도에서 마일리스라는 여성은 우체국 소포를 찾기 위해 인도에 줄을 서 있었다. 그러던 도중 생후 6개월 된 아들이 배가 고파 보채 모유를 수유했다가 폭행을 당한 것이다.

마일리스는 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아들이 배가 고파 보채니까 젖을 물렸는데, 앞쪽에 서 있던 한 여성이 그 장면이 못마땅했는지 화를 냈다”고 말했다.

마일리스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설명하고 있다. 독티시모 캡처

화를 낸 여성은 마일리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차들이 지나가다 멈추고 당신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당신을 본다”고 소리를 지르더니 마일리스의 얼굴을 때렸다. 곁에 있던 한 할머니도 때린 여성에게 “잘했다”며 동조했다고 마일리스는 주장했다.

마일리스는 아들을 안고 있는 사이 갑자기 얼굴을 얻어맞아 대응을 못 했다고 전했다. 주변에는 함께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지만 도와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마일리스는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수유를 하면서 가슴을 어느 정도 노출했느냐”고 묻고 “(길에서 수유한) 당신한테도 잘못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집에서 나올 때 수유를 할 상황에 대비해 아이를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재킷을 입고 나왔던 마일리스는 “가슴은 조금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일리스는 이 때 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이후 모유가 나오지 않아 아들이 계속 우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이 SNS에 공유되며 공분을 낳았다. 프랑스 여성들은 ‘마일리스를 지지한다’는 해시태그(#soutienamaylis)를 붙여 젖을 물리고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soutienamaylis 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지지글들. 인스타그램 캡처

SNS에서 한 여성은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을 폭행한 것은 아기를 폭행하는 것”이라며 분노했고, 다른 여성 역시 “공공장소에서 가슴을 과시하기 위해 모유를 수유하는 엄마는 없다. 배고픈 아기는 장소가 어디인지 모른다”며 한탄했다.

공공장소에서 수유하면 안된다는 프랑스의 법률이나 규정은 없다. 하지만 프랑스는 전반적으로 모유 수유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선진국 가운데 모유를 주는 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