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검찰에 인사 적체”… 대규모 검사장 인사 예고

입력 2021-05-27 17:19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9회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치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다음 주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는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인사기준을 논의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인사 적체가 있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검사장급 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장관은 27일 출근길에서 검사장급 인사 기준을 묻자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뜸을 들이다 “(검찰에) 인사 적체가 좀 있다. 특히 보직제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어 전반적 검토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단순한 인사 적체를 언급했다기보다는 고검장들 자리가 차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말 같다”고 말했다.

검찰에는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될 경우 사직하는 문화가 있다. 김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20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23~24기인 고검장들은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현직 고검장들이 검찰에 남아 버팀목이 돼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직 고검장들은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책 추진에 대해 완곡하게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권 입장에선 고검장들이 각을 세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장‧고검장 공석은 모두 7자리다. 문재인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검사장급 인사인 점을 감안할 때 10자리 이상의 승진 인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사장 승진 대상은 연수원 27~29기로 분류된다. 박 장관의 ‘인사 적체’ 발언도 검사장 승진을 위해 공석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서는 고검장들이 남아 기준을 잡아주길 바라지만 정권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다”며 “고검장을 고검 차장으로 내리거나 대검 부장으로 보내는 식의 기준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 같다”고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요구에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못했지만 취임하면 적절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취임 후 법무부에 직무배제 요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하거나 직무배제돼 고검 차장으로 이동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된 이상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계속 남아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