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주째 ‘잠행’…“코로나에 경제난 때문”

입력 2021-05-27 17:1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주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잠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7일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것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다. 김 위원장이 20일 넘게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이 있어 제8차 노동당 대회와 같은 대규모 정치행사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공개활동이 줄어드는 추세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청정지역’임을 주장하면서도 혹시 모를 감염 상황을 우려해 꼭 필요한 외부 활동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중고(코로나19·대북제재·자연재해)로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경제적 성과가 없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현장 현지지도를 해야 하는데, 벌여놓은 사업들 중 뚜렷한 성과를 내는 곳이 없다”며 “연일 사상 단속 강화를 촉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직업총동맹(직맹) 제8차 대회 참석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과 투쟁할 것을 당부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한·미 정상회담 관련 메시지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 정상은 최근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선언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공을 넘겼지만,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당국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외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해 공개활동을 자제하며, 향후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를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올해 직맹 참석자들에게 보낸 서한에는 대남·대미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다. 5년 전 직맹 제7차 대회 참석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반미 자주화,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권을 위한 남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성원하며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 밑에 남조선 노동운동 단체들과의 연대 연합을 실현해 자주통일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적은 것과 대조적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