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100만 달러”… 미국서 ‘백신 복권’ 열풍

입력 2021-05-27 16:47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백신 접종센터.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던 미국의 주 정부들이 복권 이벤트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해 100만 달러(약 11억1700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신 복권을 도입한 주에서 접종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하이오주는 26일(현지시간) 백신 복권인 ‘백스 어 밀리언(Vax-a-Million)’의 첫 당첨자를 발표했다. 백스 어 밀리언은 성인과 12~17세 접종자 중 1명씩 선정해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성인에게는 당첨금 100만 달러, 청소년에게는 생활비 등 대학 학비를 제공한다.

100만 달러 당첨자는 오하이오주 해밀턴 카운티 실버톤에 거주하는 여성 아비가일 버겐스케, 대학 학비 당첨자는 몽고메리 카운티 앵글우드에 사는 14세 남학생 조제프 코스텔로였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외에도 콜로라도주와 오레곤주 등지에서도 백신 복권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두 지역에서도 당첨금은 100만 달러다. 오레곤주는 당첨금에 더해 1만 달러 상당의 상품도 함께 지급할 예정이다. 뉴욕주와 메릴랜드주도 당첨금이 각각 최고 500만 달러(56억4000만원)와 40만 달러(4억6000만원)인 백신 복권을 발표했다.

복권 이벤트는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하루 평균 1만5000명 수준이었던 접종자 수가 복권 이벤트 발표 이후 2만6000명까지 뛰어올랐다. 백신 복권의 당첨 확률은 270만 분의 1로 희박하지만 미국의 일반적인 복권은 당첨 확률이 1000만 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주민들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각 주정부가 백신 복권을 속속 도입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에 자원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엉뚱한 이벤트로 돈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트위터에 “접종자 중 1명에게 100만달러를 주는 것은 돈 낭비라며 내게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안다”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서 진짜 돈 낭비는 백신이 준비됐는데도 코로나19로 숨지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