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희대 교수가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준강간·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희대 교수 이모(61)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씨는 2019년 11월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 A씨 등과 술을 마신 뒤 A씨가 정신을 잃자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 측은 피해자가 술을 마시긴 했지만,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스킨십했을 뿐 성관계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와 피해자가 사건 당일 3차에 걸쳐 상당히 많은 양의 술을 마셨고, 종업원도 만취 상태였다고 증언한 점을 봤을 때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상태가 맞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입고 있던 속옷에서는 A씨의 DNA가 나온 것으로도 분석돼 준강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후 연락을 받지 않고 법정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강제추행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워 범죄 증명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도교수인 피고인이 신뢰 관계에 있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