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폭행 사건’ 수사하니…마약 조직원 16명 줄줄이 검거

입력 2021-05-27 15:17 수정 2021-05-27 17:00
국민일보 DB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에서 주행 중인 차량을 둔기로 내려쳐 훼손하고 운전자를 끌어내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활동하던 마약 조직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직의 우두머리부터 하위 판매원까지 통솔체계를 갖추고 신종 마약류인 ‘스파이스’를 제조·판매하던 중 자신의 조직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다른 외국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원형문)는 27일 마약류를 판매하고 폭력을 행사해온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 등 고려인 23명을 구속기소했다.

그중 수괴인 A씨를 포함,16명에 대해서는 마약사범으로는 최초로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형법 114조)가 적용됐다. 해당 혐의가 외국인에게 적용된 것도 처음이다.

조직원으로 활동한 16인 외에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에서 집단 폭행에 가담했던 3명과 다른 지역에서 대마 등을 판매해온 4명도 함께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고려인 23명은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국적이며, 러시아 국적이 일부 포함돼 있다.

A씨와 15명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약 판매 범죄단체를 조직하고 경기도 평택에서 시가 6400만원 가량의 스파이스(합성 대마) 640g(1280회 투약분)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본인의 구역에서 마약을 판매한 외국인들을 차량에 태워 끌고가 집단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나아가 마약 판매대금을 제대로 상납하지 않거나 수괴의 이름을 발설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조직원을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들은 나름의 통솔 체계와 규율을 바탕으로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의 수괴 A씨 밑으로 스파이스 원료 공급 및 대금 수금을 담당하는 중간 간부, 폭력을 행사하며 구역과 조직원 관리를 전담하는 ‘토르페다’(러시아어로 어뢰), 마약류 제조책 및 판매책 등 역할이 체계적으로 구분됐다.

‘수괴에 대한 발설 금지’ ‘스파이스 복용 금지’ ‘조직 배신 금지’ 등의 규율도 존재한다. 특히 조직을 배신할 경우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도 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범죄 조직의 존재는 지난 2월 8일 오후 경기 화성시 남양면에서 발생한 일명 ‘외국인 운전자 무차별 폭행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이들은 당시 고려인이자 러시아 국적을 가진 B씨 등 2명의 차량을 가로막아 세우고 둔기로 내려쳤으며, 탑승자들을 차 밖으로 끌어내 집단 폭행했다. 이 장면은 뒤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담기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폭행 과정에 가담했던 A씨 등 8인을 전원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스파이스가 언급된 피해자 진술에 착안해 마약 조직의 존재를 포착했다.

B씨 등은 조직을 경찰에 신고하고 판매책을 흉기로 위협해 스파이스를 강탈해 감으로써 조직의 원한을 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씨 등은 스파이스를 복용하는 마약 투약 사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사범에게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최초 사례이자 외국인에게 범죄단체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라며 “마약범죄는 조직원끼리도 서로 알지 못하는 점조직 형태여서 판매책을 검거하더라도 조직 전모를 밝히기는 어려워 그간 마약류 판매 목적 범죄단체 혐의 기소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