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농가부채가 지난해 처음 8000만원을 넘어섰다. 전국평균의 2배가 넘는다. 제주 농가는 부채 규모와 자산, 가계지출 규모가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매년 전국 9개 도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2020 농·어가 경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8255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년(7513만원)보다 9.9% 증가했다. 전국평균 농가부채(3759만원)의 2배가 넘었다. 제주에 이어 부채가 많은 지역은 경기(5838만원), 부채가 가장 적은 곳은 충북(1979만원)으로 집계됐다.
도내 농가부채는 2014년 5455만원, 2016년 6396만원, 2018년 7459만원으로 빠르게 증가하며 7년 연속 전국 1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자유무역협정(FTA) 기금을 활용한 감귤생산시설현대화 사업이 늘면서 대출을 받는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소득 증가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부채는 농가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소득은 4912만원으로 전년(4896만원)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국이 2019년 4118만원에서 지난해 4503만원으로 9.3%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실제 제주의 소득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토지와 금융자산 등을 포함한 도내 농가 자산규모는 9억4801만원으로 9개 도 중 가장 컸다. 이어 경기(9억1137만원) 충남(5억2780만원) 강원(5억854만원) 경남(4억9632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제주의 농가 자산은 전국평균(5억6562만원)의 1.7배에 달했고, 9개 도 중 가장 적은 전북(3억6469만원)보다는 2.6배 많았다.
도내 농가의 가계지출도 4243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국 농가의 평균 가계지출은 3449만원으로 전년(3534만원)보다 2.4% 감소했다. 식료품, 비주류음료, 주거, 수도광열비를 중심으로 한 소비지출이 일부 늘었지만 문화 숙박 교육비 지출이 줄면서 소비지출과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