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수 속에 녹아있는 성분을 바탕으로 국내 마약 사용 실태를 유추하는 사업을 벌인 가운데 전국 57개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 등 마약과 관련한 성분이 검출됐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수 역학 기반 신종 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시범사업의 주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불법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추정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이미 쓰고 있는 방식이다.
하수 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검출 수치를 역산해 인구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할 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에서 적발한 마약 외에 실제 마약이 어느 정도 유통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시도된 것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시행됐다. 식약처는 전국 57개 하수처리장에서 국내에서 쓰이고 있거나 쓰일 우려가 있는 마약류와 대사물질 21종의 성분을 총 4번에 걸쳐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57개의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메틸페니데이트 등이 검출됐다. 또 프로포폴, 엑스터시, 암페타민이 20곳 이상에서 나왔고 코카인, 케타민, 환각제 등도 6~13곳에서 검출됐다.
이로써 전국적으로 마약이 유통돼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으며,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님을 의미한다.
다만 그 양은 해외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식약처는 “대표적인 불법 마약인 필로폰의 경우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이 1000명 당 약 18mg 수준으로 추산됐다”며 “이는 EU 평균(약 35mg, 2019년 7개 도시 평균)의 51%, 호주(약 1500mg, 2020년)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는 그간 파악할 수 없던 국내 불법 마약류 사용실태를 전국단위에서 처음으로 들여다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지역과 기간을 확대해 지속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