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조직위 내부에서 “국민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최장수로 활동해온 딕 파운드 위원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청해도 개최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니치아넥스는 27일 조직위 이사의 말을 인용해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면 무관중 개최도 어렵다. 조직위는 개최를 전제로 구성된 조직인 만큼 취소를 논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 국민과 도쿄도민이 이해하지 않으면 개최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도쿄도민들 사이에서 이미 무관중 개최 이상으로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재연기도 가능하다는 논의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인 ‘재고’에서 최고 4단계인 ‘금지’ 권고로 상행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25일 언론 브리핑에서 자국 선수단의 불참 가능성을 놓고 “올림픽에 대한 우리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절차 안에서 올림픽이라는 ‘우산’ 아래로 선수단 파견을 논의하고 있음에 주목한다”고 밝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일본 내부에서 높아진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3일에 개막할 예정이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4500명대로 치솟았다. 도쿄를 포함한 9곳에 오는 31일까지 발효된 코로나19 긴급사태 기간은 대부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긴급사태 발표는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일본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수집한 ‘올림픽 취소·재연기’ 의견은 ‘개최’를 지지하는 쪽을 압도한다.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지난 26일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대부분 올림픽 후원사인 일본 유력 신문에서 사설을 통해 취소를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사히신문도 올림픽 후원사다.
스가 총리는 이런 압박에도 올림픽 강행론에서 아직 물러서지 않았다. IOC는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파운드 위원은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 26일자 인터뷰에서 스가 총리의 올림픽 취소 요청이 있어도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3월 올림픽을 연기할 때 ‘한 번만 연기한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었다. 재연기는 선택지에 놓여 있지 않다”고 말했다.
파운드 위원은 수영선수 출신으로, 현역 IOC 위원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재직했다. 1987년 IOC 위원으로 선출돼 부위원장, 집행위원을 지냈다. 코로나19 대유행 초창기 도쿄올림픽 개최를 놓고 강행론과 비관론이 엇갈렸던 지난해 3월 24일 처음으로 “연기가 결정됐다”고 말한 IOC 고위급 인사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