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 기다리다…아르헨 울린 사진 한장

입력 2021-05-27 11:36 수정 2021-05-27 13:15
장시간 병실 대기 끝에 지난 21일 결국 숨진 라라 아레기스.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상이 부족해 병원 바닥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다 병세가 악화해 결국 세상을 떠난 아르헨티나 여대생의 마지막 사진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산타페에 살던 수의대생 라라 아레기스(22)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며 장시간 대기하다가 지난 21일 결국 사망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던 아레기스는 지난 13일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였고 나흘 뒤인 17일 한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약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고 아레기스의 부모는 그를 산타페 도심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갔다.

문제는 이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넘쳐 아레기스를 수용할 병상과 의료인력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임시로 내준 휠체어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다 못한 부모는 딸을 다른 대형 병원으로 옮겼지만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이곳에는 병상은 물론 남는 의자도 없었다.

어머니 산체스는 “이 병원도 병상이 없다고 했고, 딸은 무척 아파 ‘쓰러질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며 “딸이 ‘눕고 싶다’더니 결국 바닥에 뻗었다. 남편이 재킷을 덮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레기스는 병상에 누울 수 있게 됐지만, 결국 그 병상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레기스는 양측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 이는 양쪽 폐 모두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라라 아레기스. 트위터

산체스는 “딸의 사망 전날 병원으로부터 ‘딸을 잠깐 보러 올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고 이상하게 느껴졌다”며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딸은 위중한 상태였다. 산소 호흡기를 쓴 딸은 나를 쳐다보면서 숨 막힌다는 표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주저앉았고 그 이후로 딸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면서 “집에 도착하자 병원에서 연락이 와 딸이 기관 삽관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결국 21일 새벽 3시 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딸의 사망 이후 산체스는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기다리던 딸의 모습을 온라인에 올렸다. 사진에는 마스크를 쓴 아레기스가 병원 바닥에서 가방을 베개로 삼고 청재킷을 덮고 누워 있었다. 이후 이 사진은 네티즌 사이에서 퍼지며 아르헨티나를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현지 언론은 “아르헨티나가 코로나19에 무릎을 꿇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라고 보도했다.

한편 아르헨티나에서는 최근 평일에는 4만여 명, 주말에는 2만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