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기성용(32·FC서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제보자 측이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성용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서평 송상엽 변호사는 27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길 원한다던 피의자 측은 오히려 수사를 지연시키는 행동을 했다”며 “이 사건에 대한 조사준비를 마친 서초경찰서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동의했다가 돌연 경찰서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 조사 준비가 안 된 다른 경찰서로 사건이 이송되면 조사 개시까지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모르는 변호사는 없다”며 “피의자 측이 항상 먼저 언론 인터뷰를 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에 이를 바로잡은 대응이 본질인데, 본질은 얘기하지 않고 엉뚱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의자 측이 수사에 적극 협조했는지 보려면 다음 사항을 확인하면 된다”며 관련 내용을 일정별로 나열했다. 그는 “지난 3월 22일 기성용이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같은 달 31일 조사를 받았다. 이후 4월 한 달간은 아무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4월 27일 서초경찰서에서 ‘피의자들이 조사 일정을 미뤄 달라고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5월 12일 피의자들이 경기 양주 경찰서로 사건을 넘겨 달라고 신청한 것도 확인했다. 그 후 지난 24일 피의자 중 한 명이 첫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자 제보자 측은 ‘사건 이송은 피고소인으로서 정당한 요구’라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사는 곳이 그쪽 지역이어서 요구한 것”이라며 “원래 피고소인 주소지에서 하는 것이 경찰 수사의 원칙이기 때문에 주소지에서 받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뉴시스에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서초경찰서에서 ‘경찰청 내규에 따라 어렵다’고 통보해 왔다”며 “한번 사건이 접수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관할서에서 해야 한다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6일 고소장 열람·등서를 하기로 했고 경찰과도 이야기가 됐던 부분”이라며 “보통은 고소장 열람·등서를 한 뒤 피고소인 출석 날짜를 잡는데 지난달 말에 갑자기 출석요구서가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보자 A씨와 B씨는 지난 2월 박 변호사를 통해 2000년 1~6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1년 선배인 C씨와 D씨로부터 구강성교 등의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애초에 실명이 거론된 것은 아니었지만 C선수를 ‘최근 수도권 한 명문구단에 입단한 국가대표 출신 스타플레이어’라고 표현한 탓에 기성용으로 쉽게 특정됐다. 그러나 기성용은 “전혀 관련이 없다”며 곧바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현재 광주 지역 한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활동 중인 D씨 역시 “그 시절 나는 축구만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양측은 진실공방을 이어갔고 결국 기성용은 지난 3월 22일 A씨와 B씨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또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최근 A씨는 경찰 조사를 위해 출석하면서 “폭로 이후 기성용 측에서 사과하겠다며 모든 내용이 ‘오보’라는 기사가 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기성용이 사과만 했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다. 금전적 보상은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A씨와 B씨를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라고 표현하며 “공익적인 목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지만 지난 두 달 동안 수사기관 출석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비루하고 추악한 여론전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제보자 측은 송 변호사가 허위사실을 배포해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며 그를 상대로 2억원의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