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80대 노인이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돌연 사망했으나 이상반응 사례로 방역 당국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유족들의 호소가 나왔다.
울산 울주군에 거주하던 88세 여성 A씨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이틀 만인 지난 14일 오전 자택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지에 살던 A씨 자녀들은 혼자 있는 어머니 걱정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확인했는데, A씨는 접종 이튿날 저녁부터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일 오전 7시40분쯤 자녀들의 거듭된 통화 시도 끝에 전화를 받은 건 A씨 집 근처에 사는 친지였다. 담장 밖에서 길게 이어지는 벨소리를 듣고 집안을 살펴보다 A씨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 친지는 “A씨가 마당 화단에 쓰러져 있는데 몸이 싸늘하다”고 다급히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시 119 구급대가 출동하고 심폐소생술도 이뤄졌지만 A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의료진이 추정한 사망 시점은 14일 오전 5~7시다. 경찰이 진행한 부검에서는 ‘대동맥 파열에 의한 혈심낭’이 사인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다만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름에서 한 달가량 걸릴 것이라고 경찰은 안내했다.
이후 유족들은 A씨가 이틀 전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는 사실을 병원과 경찰 측에 알렸다. 고령임에도 평소 아무 문제 없이 건강했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숨진 배경에는 백신 부장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백신 이상반응 의심 사례로 분류돼 정부 차원의 조사가 뒤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열흘 이상 흐른 지난 25일 유족들은 A씨의 사망이 이상반응 사례로 신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이 울주군 보건소에 문의하자 “의사가 신고해야 이상반응 조사대상 사례로 접수된다. (사망 관련 내용을) 경찰에 알아보겠다”는 잘못된 안내가 돌아왔다. 현재 백신 이상반응 신고는 담당의사뿐만 아니라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는 게 가능하게 돼 있다.
A씨 아들은 연합뉴스에 “어머니는 관절염 치료와 뇌혈관 개선을 위한 약을 드신 걸 제외하면 혼자서 식사도 잘 챙겨드실 만큼 건강하셨다”며 “유족 입장에서는 백신 부작용으로 돌아가셨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 인과성을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제기하는 문제는 왜 접종 이틀 만에 사망한 사례가 조사 대상조차 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결국 유족의 신고가 없었다면 백신과 상관없는 일반 변사사건이 된다는 말인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는 점이 한탄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백신 접종 후 일정기간 안에 사망한 사례 정도만이라도 방역 당국이 능동적으로 추적해 부작용 여부를 조사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말로만 ‘안전하니 접종하라’고 할 것이 아니다. 그런 노력을 보일 때 국민 신뢰도가 높아지고 접종률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소 관계자는 “사망 사실만으로 자동 신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검 결과서에 백신 부작용 관련 정황이 포함된다면 울산시를 통해 질병관리청에 신고할 것”이라며 “부검 결과서에 백신 연관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오더라도 유족이 이상반응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